건물 지하에 발전소가…'소형 열병합' 뜬다

정부 '그린 홈' 정책에 관심 고조…항산화물 배출없는 LNG가 원료
아파트 설치시 난방비 최대 30%↓…시공사 "건설비 늘지만 분양 잘돼"
에너지전문기업 삼천리는 요즘 사업 설명회 준비로 바빠졌다. 건설회사들로부터 아파트 신축현장을 대상으로 소형 열병합 발전시스템의 설치 효과를 분석해달라는 요청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 상반기만 해도 건설사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최근 들어 먼저 연락을 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며 "매달 4~5건의 설명회가 잡혀 있어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드느라 손이 부족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작년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단 1건의 수주에 그쳤던 삼천리는 올 하반기 들어 총 4건의 현장을 따냈다. 수주금액은 100억원대에 이른다.


◆정부 "에너지 절감 땐 인센티브"'녹색 바람'을 타고 에너지 절감 효과가 큰 소형 열병합 발전시스템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설치 의뢰가 많은 곳은 아파트 단지.정부의 '그린 홈(에너지절약형 친환경 주택)' 정책에 가장 효과적인 발전시스템이라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그린 홈'은 20가구 이상 주택단지의 에너지를 10~15% 이상 절감하도록 의무화하는 한편,에너지 절감률에 따라 등급을 매겨 분양가 가산비 인정 및 세제 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다.

건설사들도 경제위기 이후 침체된 분양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인천 학익동에 들어서는 53층짜리 풍림 엑슬루타워를 비롯해 평택 대우푸르지오,서울 서교동 GS자이 웨스트밸리 등이 대표적인 현장이다. 풍림산업 관계자는 "공사비는 다소 늘어나지만 아파트 난방비 절감효과가 뛰어나 분양 홍보 차원에서 건설사들이 시스템 도입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시스템을 적용하는데도 알맞아 활용범위가 늘어날 전망이다. 전력사용이 적은 시간대에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나중에 다시 사용할 경우 에너지 효율이 훨씬 높아질 수 있어서다. ◆열효율 뛰어난 청정에너지

소형 열병합 발전시스템은 아파트,백화점,병원 등 대형 건물 지하에 설치하는 발전기다. 자가발전을 통해 난방과 급탕에 필요한 전기와 열을 만든다. 청정에너지인 도시가스(LNG)를 원료로 사용해 연소시 황산화물이 전혀 배출되지 않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적다.

아파트단지의 경우 에너지비용(보일러 난방비+전기요금)을 최대 30% 정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효성 관계자는 "소형 열병합은 자체 건물에서 직접 열과 전기를 생산 · 공급하므로 에너지 이동거리가 짧아 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많은 돈을 들여 송 · 배전선을 깔아 먼 곳까지 에너지를 전달하는 지역난방보다 효율이 10% 정도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병원에서도 관심이 많다. 서울아산병원과 2014년에 개원하는 용인 동백세브란스병원 등에서 이 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테크윈 관계자는 "병상(病床)이 1000개 이상인 대형병원일수록 더 효율적인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도시가스요금 상승이 걸림돌

2000년대 들어 보급이 활발했던 소형 열병합 발전시스템은 최근 2~3년간 고전을 면치 못했다. 고효율 발전설비임에도 유가상승 등의 여파로 도시가스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투자회수기간이 늘어난 탓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효율 면에서 태양광 발전 등 신 · 재생에너지는 물론 어떤 에너지설비와도 비교할 수 없는 장점이 있는데도 경제성이 맞지 않아 시장이 크게 위축돼왔다"고 아쉬워했다. 지역난방 고시지역에는 설치를 제한하고 있는 집단에너지사업법상의 진입장벽도 활로를 막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김용하 인천대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설치 보조금을 늘리거나 소형 열병합 발전에는 예외적으로 도시가스 요금을 인하해 보급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