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인원 보험금' 입금 늦었다고 "BMW 못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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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인원 경품·보험금 분쟁 백태C씨는 지난 8월25일 경기도 포천시 몽베르CC 에떼코스 8번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그는 홀인원 때 동반자들에게 한턱 내는 비용을 보상해 주는 '홀인원 보험'에 가입한 상태였다. C씨는 추어탕집과 횟집에서 사용한 340만원을 보험사에 청구했다. 보험사는 홀인원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보험금 지급은 거부했다. 단골 음식점에 부탁해 허위 영수증을 발급받아 제출했다는 게 이유였다. C씨가 계속 보험금을 달라고 요구하자 보험사는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보험금 지급 채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3000번 이상 라운드를 해야 한 번 찾아온다는 홀인원의 행운.하지만 홀인원을 하고 나서 경품이나 보험금 때문에 소송에 휘말리는 경우가 가끔 발생하고 있다. 장진영 대한변협 대변인(변호사)은 "행운을 놓치지 않으려면 라운딩 전에 경품 지급규정과 보험약관을 철저히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신청서 접수하고 경기규칙 확인해야
K씨는 지난해 7월4일 인천 스카이72골프장 레이크 코스 4번홀에서 홀인원을 했다. 골프장 측은 이날 지정된 4개홀에서 홀인원한 골퍼에게 오피러스 승용차 1대를 지급하는 '홀인원 이벤트'를 실시했다. 참가신청서를 미리 작성했던 K씨는 경품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골프장 측은 경기 시작 전에 신청서를 접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품 지급을 거절했다. 실제 이벤트 참가신청서엔 '라운드 전에 접수해야 한다'고 기재돼 있었다. K씨 측은 "골프장 직원이 접수 절차에 대해 별도의 설명을 하지 않은 만큼 이벤트에 참가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L모씨는 지난해 9월 경북 모골프장에서 주최한 회원 친선 골프대회에 참가해 동코스 16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했다. 이 홀에는 홀인원상으로 일제자동차 혼다(시가 3540만원)가 걸려 있었다. 골프장 측은 L씨에게 홀인원 상패를 수여했으나 5일 뒤 돌연 경품지급을 거절했다. 골프장 측은 "프런트 등에 시니어티는 70세 이상만 사용할 수 있다고 공지했는데 모든 홀에서 레귤러티를 이용한 L씨가 16번 홀에서만 시니어티를 이용한 잘못이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63세인 L씨가 티샷 전 경기 진행요원으로부터 시니어티 사용을 허락받았고,뒤늦게 경기규칙 위반을 문제 삼는 것은 신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L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보험금 지급 조건도 따져봐야
부산의 모자동차판매회사는 2006년 부산D고등학교 동창회가 부산 아시아드CC에서 개최한 골프대회에 홀인원 경품으로 벤츠 승용차 1대를 걸면서 단골로 거래하던 S보험사에 4400만원의 홀인원 보상보험을 들었다. 이날 참가자 중 한명이 6번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하자 자동차판매회사는 경품을 지급한 뒤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남자의 경우 130야드 이상의 거리에서 티샷을 해야 한다"고 보험조건에 명시하고 있는데 홀인원을 기록한 K씨가 97야드 지점에서 티샷을 했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동창회는 이날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 55세 이상 남자들의 티샷거리를 줄였다. 법원은 "보험조건은 별도의 설명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실"이라며 보험사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벤트업체인 S사는 2000년 10월 경기도 포천 아도니스CC에서 골프대회를 열면서 참가자가 지정된 3개홀에서 홀인원을 했을 경우 BMW 승용차(시가 5400만원)를 제공키로 하고 보험에 가입했다. 행사 당일 K씨가 중코스 8번홀에서 홀인원에 성공하자 보험사 측에 보험금 지급을 요청했다. 그러나 보험사 측은 "홀인원이 발생한 시각은 오후 1시20분쯤이지만 보험금은 오후 3시에야 입금됐다"며 지급을 거절했다. 서울고법은 "이전에 개최한 4개 대회에서도 대회 당일에만 보험금을 납입하면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던데다 보험금 납입이 늦어진 이유도 보험사 측이 계좌를 잘못 가르쳐준 때문"이라며 S사의 손을 들어줬다. ◆홀인원 보험사기 징역형 받을 수도
L모씨 등 보험사기꾼 일당은 2003년부터 1년 동안 전남 지역 골프장을 돌며 홀인원 사기 행각을 벌였다. 이들은 여섯 번의 홀인원 조작으로 1200만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연속 홀인원을 미심쩍게 여긴 보험사의 추적 결과 이들은 캐디를 심부름 보낸 뒤 홀컵에 골프공을 미리 넣어두는 수법으로 홀인원을 조작했다. 법원은 교통사고 보험 사기까지 함께 저지른 L모씨에 대해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공범인 K모씨와 N모씨에 대해서도 각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성근/서보미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