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가 19억 강남 재건축, 15억원에도 '유찰'

제2금융권 대출규제 확대 여파
경매시장 찬바람…투자자 발길 '뚝'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 경매입찰장.제2금융권의 부동산대출 규제가 10월12일부터 시행된 탓인지 입찰장 풍경은 예전과 딴판이었다. 빈자리가 없어 선 채로 경매진행을 지켜보던 사람을 포함해 500명이 넘던 참가자들은 절반 이하(200명)로 확 줄었다.

이날 재건축 추진 유망 물건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청실아파트 전용 136㎡형이 15억2000만원에 나왔는 데도 모두들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감정가만 19억원이고 시세와 비교해도 20% 싼 가격이었지만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경매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권리상으로 큰 흠이 없는 물건이어서 예전 같으면 17억원선에서 낙찰됐을텐데 2금융권으로 대출규제가 확대 시행되면서 주인을 못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입찰장 밖에선 상호저축은행 등의 영업사원들이 경락잔금대출을 알선한다며 명함을 돌렸지만 명함은 대부분 휴지통에 버려졌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90%에 육박하며 발디딜 틈이 없던 경매시장이 제2금융권 대출규제 확대로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DTI 확대의 직접 규제대상인 아파트는 물론 연립 · 다가구,근린생활시설 등 일반 물건에도 응찰자수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4일 경매정보업체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부동산경매 응찰자수는 2193명으로 9월에 비해 44.4% 감소했다. 이는 작년 12월(936명)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숫자다. 월간 단위 감소폭도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작년 10월(-30.1%)보다 더 컸다. 특히 아파트 시장에서는 강남3구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강남권 아파트의 경우 매매시장에서도 수천만원씩 저렴한 급매물이 나오면서 지난달 경매 응찰자수는 9월보다 65.8%나 줄어든 250명을 기록했다. 비강남권 응찰자수도 9월(1409명)보다 40%가량 감소한 858명에 그쳤다.

물건별로는 실물경기에 가장 민감한 소형상가 등 근린시설은 617명으로 60.7% 감소했다. 아파트 응찰자는 1108명으로 48.2%,연립 · 다가구와 기타 부동산도 각각 43.3%,42.1% 감소했다.

지지옥션의 강은 팀장은 "경락잔금대출은 그동안 대출규제가 거의 없었던 제2금융권에서 이뤄졌다"며 "아파트는 전체 경락대금의 50~60%,다세대주택은 80%까지 대출됐으나 DTI 규제로 대출 가능금액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