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탐구생활, 딱 내 얘기네!

tvN '롤러코스터' 시청률 3% 넘어
연예 프로·광고서 패러디까지
성우 내레이션도 '감칠맛'

남자의 눈에 오늘 날짜에 동그라미 5개가 그려진 달력이 크게 들어온다. 심상찮은 예감으로 온갖 기억을 떠올린 끝에 오늘이 여자친구와 만난 지 100일째 되는 날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100송이 장미와 커다란 곰인형을 사고 와인과 예쁜 케이크,풍선까지 준비한다. 이 정도면 여자친구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키스도 해줄 것이라 내심 기대한다.

그러나 아침부터 대단한 이벤트를 생각하며 들떠있던 여자친구는 성에 차지 않아 실망스럽다. '얘가 날 정말 사랑하는지 의심스럽다'고 속으로 되뇌인다. 허무함에 눈물이 터져 나오려는 순간,남친은 오늘 이벤트가 감동적이라서 우느냐고 묻는다. 정말 여자 속내를 이리도 모를까 속이 터질 지경이다. "이 시키,센스 길러주는 학원이 있으면 보내주고 싶다"는 말로 코너는 막을 내린다. 케이블채널 tvN의 예능프로그램 '롤러코스터' 중 '남녀탐구생활' 코너의 인기가 뜨겁다. 동일한 사건이나 장소에 대해 남녀가 어떻게 다르게 행동하는지 1인칭 시점으로 보여주는 이 코너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사연이 소개되고 지상파 연예프로그램과 광고 등에서 패러디물로 재생산되고 있다. '100일 이벤트'편이 방송된 지난달 31일에는 시청률 3%를 넘어서며 케이블채널 1위에 올랐다.

인기 비결은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 법하거나 궁금해할 만한 소재에 대해 남녀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단층촬영하듯 카메라로 추적하는 데 있다. 가령 소개팅 편에서 여자는 주선자에게 남자의 외모,재력,능력 등에 관심을 나타내지만 남성은 10대부터 70대까지 "예뻐?"라고 물으며 미모에만 신경 쓴다. 화장실 사용법에서도 여자는 변기 위에 휴지를 깔고 엉덩이가 닿지 않도록 깔끔을 떤다. 반면 남자는 대충 용변을 보고 손도 씻지 않은 채 화장실을 나와 여자친구에게 김밥까지 먹여준다. 시청자들은 이런 장면들을 보고 자지러진다.

스탠딩코미디 '개그콘서트'와 '웃음을 찾는 사람들' 등과의 차별화 전략이 주효했다. 무대에서 억지웃음을 짜내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공감할 수 있는 상황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다. 성우의 내레이션도 웃음의 원동력이다. 'X파일'에서 도도하고 지적인 '스컬리' 목소리를 맡았던 성우 서혜정씨는 감정이 전혀 실리지 않은 톤으로 주인공의 속내를 재치있게 이야기하다 당혹스런 상황에선 '이런 된장''제기랄' 등을 내뱉는다. 시청자들은 공감하며 폭소를 터뜨린다.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