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월가에서 다시 뜨는 '시겔과 버핏의 투자전략'

증권사들이 내년을 예측하는 견해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 쯤 발표했던 올해 예측치가 워낙 빗나간 점을 감안하면 이들 증권사가 전망한 내용대로 믿을 수 없지만 다른 어떤 분야보다 증시 앞날을 보는 견해들이 제각각이다.

정보의 양과 질 면에서 증시 참여자 가운데 가장 불리한 개인투자자들이 내년처럼 증시 전망이 엇갈릴 때 해야 할 것은 최근 월가에서 다시 화두가 되는 제레미 시겔의 방식대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일이다. 특정 증권사나 증시 전문가들의 예측만 믿고 주식을 매매했다간 낭패를 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겔형 전략이란 그때그때 경기와 증시전망에 따른 인기주 · 주도주와 관계 없이 일정한 수익을 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말한다. 주식을 저축처럼 장기투자나 간접투자를 권하는 시대에는 10년 후에 돈이 되고 20년 후에는 노후 대비가 되면서 30년 후에는 자녀에게 상속이 가능한 이른바 명품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

시겔 이론을 투자에 잘 적용한 사람이 워런 버핏이다. 그는 철저하게 잘 아는 기업의 저평가된 주식에만 투자하는 '체리 피킹'을 선호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또 같은 조건이라면 독과점 지위에 있는 기업을 더 선호한다. 최근 철도회사 벌링턴 노던 샌타페이를 인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가격을 결정할 때 우월한 지위에 있다면 예상하지 못한 투자 위험을 전가할 수 있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불안하지만 모든 재테크 수단 가운데 여전히 주식 투자가 유망해 보이는 내년을 겨냥해 개인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짜는 데 핵심이 돼야 할 것은 '지수연동 상품'에 가입하는 일이다. 제 아무리 날고 기는 투자자라도 운용 비용이 낮은 인덱스펀드 만큼 실적을 내지 못한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반복해서 입증된 사실이다. 또 지수연동 상품을 토대로 보다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은 시겔이 강조하는 'DIV' 지침대로 주식을 보유해 포트폴리오를 보완해야 한다. 국내 증시에서도 어느 정도 알려진 이 지침은 배당(Dividend)과 국제화(International) 가치평가(Valuation)의 첫 글자를 딴 투자전략을 말한다.

꾸준히 배당하는 기업은 경기가 다시 둔화되거나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현금흐름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국제화는 갈수록 세계 경제의 중심 축이 미국 · 일본 · 유럽에서 아시아로 옮겨가는 추세를 반영하고,가치평가를 강조하는 것은 성장 기대치에 대해 합리적으로 평가하는 기업의 수익이 궁극적으로 높다는 점에서다.

특히 시겔과 버핏 등의 세계적인 주식 부자들이 가치평가를 강조하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1년 전부터 비관론에 젖어 있다가 뒤늦게 증시에 뛰어든 일부 개인투자자들처럼 성급한 마음에 인기주와 주도주 위주로 추격 매입하다간 '성장의 함정'에 빠져 실제로 수익을 내지 못할 수도 있다. 시겔의 전략을 토대로 가상적인 포트폴리오를 짜 보자.만약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여유자금이 있다면 그 자금의 50% 정도를 먼저 지수연동 펀드에 가입할 것을 권한다. 국내펀드와 해외펀드 간 비중은 6 대 4의 비율로 국내 펀드에 무게를 두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주식 연동 상품에 투자한 자금을 뺀 나머지 50%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먼저 고배당 기업에 투자,배당을 높여야 한다. 또 글로벌 비중이 높은 거대 기업이나 사업이 다각화된 다국적 기업 주식을 매입할 것을 권한다.

업종별로는 석유 · 천연자원이나 제약과 필수 소비재 관련 기업을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종목을 참조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포트폴리오를 짜고 나면 루비콘 기질을 발휘해야 한다. 워런 버핏 등 세계적인 부자일수록 돈을 벌 수 있는 확실한 투자수단을 선택한 다음엔 루비콘 강을 건너면 되돌아 올 수 없듯이 어떤 위험이 닥친다 하더라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은 우리 투자자들도 새겨둬야 할 덕목이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