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10년만에 일군 벤처군단

인케(INKE · 한민족 글로벌 벤처 네트워크)행사로 올 4월 초 태국에 취재갔을 때의 일이다. 방콕 인터컨티넨탈호텔 컨퍼런스룸에서 진행된 인케 행사에 태국 정부 관계자와 기업인,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인 벤처기업인 등 100여명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 태국의 IT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태국정보통신산업협회(ATIC)의 분락 사라가난다 회장은 인케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벤처기업인들이 자발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글로벌시장을 공략하는 조직으로 키운 한국이 무척 부럽다. 우리도 한국처럼 글로벌 네트워크를 하루빨리 만들고 싶다. " 그는 행사 내내 기자와 참석자들에게 인케에 대해 꼬치꼬치 물었다.

그럴 만도 하다. 벤처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거품을 만든 부작용도 있었지만 어쨌든 한국 경제의 성장에서 벤처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해외에서도 우리나라는 성공한 벤처강국으로 통하지 않는가. 그러니 벤처기업을 키우려고 하는 태국으로서는 전 세계 곳곳에 인케라는 이른바 '글로벌 등대'를 세워놓고 있는 한국이 부러울 수밖에 없다. 이처럼 선망의 대상이 된 인케의 시작은 미미했다. 2000년 말 영국 런던,독일 프랑크푸르트 등 4개국 4개 지부로 출발했다. 10년 만에 아시아 유럽 등 33개국에 54개 지부를 둔 글로벌 조직으로 컸다. 국내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인케의 수출지원 실적도 연간 3억달러에 육박한다.

얼마 전 서울에서 열린 인케총회는 또 한번 인케의 위상을 엿볼 수 있게 한 자리였다. 아직 조직망이 없는 곳에 인케지부를 설립해 한국 벤처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겠다는 한인 벤처기업인부터,인케를 통해 수출길을 뚫어보겠다며 행사장에 온 국내 벤처기업인들로 성황을 이뤘다. 이제 인케는 수출에 첫발을 내딛는 국내 벤처기업에 없어서는 안될 동반자가 됐다. 10년,길게는 30년을 현지에서 역경을 이겨내고 정착해 사업을 일군 인케 의장들의 면면이 한국 경제의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에 만족할 수는 없다. 앞으로 10년,아니 100년 뒤 화상(華商)네트워크를 뛰어넘을 한국의 수출군단으로 커나가도록 내부 역량을 더 키워야 한다. 우선 지부 수를 지역적 · 수적으로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재 유럽 미주 아시아 지역에 치중돼 있는 지부를 아프리카 북유럽 중남미 등지로 넓혀야 한다. 또 교역의 중심지라면 거점별로 한 나라에 몇 개의 지부를 둬서라도 촘촘한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도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인케 지부 100개를 돌파하는 3,4년쯤 뒤면 수출지원실적 10억달러를 충분히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동안 의장 중심으로 국내 벤처기업과 해왔던 교류활동을 이젠 인케 지부에 속한 600명 넘는 회원들이 적극 참여,역량을 배가할 수 있는 전략을 짜야 한다. 정부도 인케의 지부 내 회원 간 교류증진과 비즈니스 활동이 활발해지도록 예산을 확대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때가 됐다.

지금은 여전히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제침체기다. '한국호(號)'의 운항에 등불을 밝혀 수출국과 수출기업을 확대함으로써 불황을 타개해 나가야 한다. 처녀 수출시장에 뛰어들려는 벤처기업이라면 등대가 돼 줄 인케를 찾아라.거기에 답이 있을 것이다.

이계주 <과학벤처중기부 차장>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