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역의존도 90%는 정상이 아니다

국내총생산에 대한 수출입 규모를 나타내는 무역의존도가 지난해 92.3%로 사상 처음 90%를 넘어섰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는 50~60%대를 맴돌았는데 지난해 수출입 의존도가 각각 역대 최고치에 달하면서 전체 무역의존도도 갑자기 평년보다 30%포인트가량 급등(急騰)했다.

우리처럼 소규모 개방경제에서는 미국 같은 국가에 비해 무역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긴 하다. 그렇지만 불과 1년 만에 이처럼 크게 높아졌다는 것은 대외 여건 변화에 훨씬 더 취약해졌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금융위기가 시작된 지난해 무역의존도가 전년 대비 이처럼 급증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고 그만큼 우리 경제는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물론 지난해 무역의존도가 급등한 것은 금융위기에 따른 환율 급등의 영향이 크다. 달러 표시 국내총생산은 환율 급등으로 크게 줄어든 반면 수출입은 증가세를 지속해 국내총생산 대비 수출입 비중이 갑자기 높아진 것이다. 기획재정부도 최근 환율이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올해 무역의존도는 다시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무역 의존도의 단기 등락보다는 지나치게 수출의존적인 산업구조에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 같은 산업구조는 우리 경제를 대외 충격으로부터 늘 취약하게 만들 수밖에 없음은 자명하다.

그런 점에서 이를 보완할 내수시장 육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수산업 활성화를 누차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어제 기획재정부와 KDI가 개최한 '전문자격사 시장 선진화 공청회'도 결국은 규제완화를 통한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중국(59.2%), 일본(31.6%)의 무역의존도가 우리와 커다란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따라서 정부는 내수확대 정책을 일회성이 아닌 장기과제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경기회복의 지름길이자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을 튼튼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