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다니던 회사 인수한 샐러리맨…STX 강덕 회장의 '신화'

나는 생각을 행동에 옮겼을 뿐이다
이임광 지음/ 글로세움/ 229쪽/ 1만2000원
크루즈여행은 많은 이들의 꿈이다. 최근 구직자에게 가장 인기있는 기업인 STX그룹은 크루즈선을 타고 해외연수를 하는 '해신 챌린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모든 구직자에게 크루즈 신입사원 연수는 동경의 대상이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경영을 맡은 지 7년 만에 회사를 재계 12위 그룹이자 19개 계열사를 거느린 해운,종합중공업 그룹으로 키워냈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이름조차 생소했던 STX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조선,해운업계를 긴장시킬 만큼 급부상했다. 자산 규모 67배,매출 96배,수주 규모는 162배나 성장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난 것이다. 강 회장은 오너 2세도 아니고,부자도 아니었다. 상고와 야간대학을 졸업하고 쌍용양회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27년간 근무했다. 입사 초년 때부터 뛰어난 기획력과 추진력으로 조직의 인정을 받았다. 경영관리,기획,금융 등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쌍용중공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까지 올랐다. 그러나 동기와 선배들보다 먼저 승진하면서도 겸손을 잃지 않았다. 그는 회사에 다니면서 월급쟁이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나는 생각을 행동에 옮겼을 뿐이다》는 샐러리맨의 신화인 강 회장의 창업여정과 경영철학을 분석한 책이다. STX의 성장동력과 인재경영,글로벌 전략,미래비전,각 계열사에 대한 얘기도 실려있다. STX의 탄생과 성장,미래의 모습까지 조망할 수 있다.

2000년 외환위기로 경영난을 겪던 쌍용그룹은 쌍용중공업의 퇴출을 결정했다. 당시 쌍용중공업 주식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보유하고 있는 것조차 갑갑한 애물단지였다. 회사의 실질가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강 회장은 그 순간 오너처럼 일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오너가 돼 회사를 경영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당시 그의 나이 50세.여느 샐러리맨이라면 은퇴를 준비할 시기에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건 모험을 감행했다. 회사를 인수하기로 결심을 굳힌 후 떠난 가족여행에서 그는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아빠가 다니던 회사를 직접 경영하려고 한다. 가산을 모두 쏟아부어야 할 것 같다. 잘될 거라고 확신하지만,백에 하나 실패할 경우 너희들 학비를 대지 못할 수도 있다. "

가족의 동의를 구하고 돌아온 후 그는 사재를 털어 쌍용중공업을 인수했고,전셋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비도불행(非道不行),길이 아니면 가지 않는다. ' 강 회장은 효경에 나오는 이 문구를 늘 마음에 담고 산다. 투명,윤리경영을 강조하는 그가 추구하는 비즈니스맨의 길은 '꿈과 미래가 있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는 늘 "훌륭한 비즈니스맨은 효율적인 기업운영을 통해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임직원의 복리를 증진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거 1000명도 안 되던 STX 직원은 8년 새 4만여명으로 늘어났다. 강 회장은 매년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신입사원 공채 면접에도 직접 참여하고 있다. 재계 12위 그룹 총수로서는 파격이다. "똑같은 시기에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드물다. 나는 생각을 행동에 옮겼을 뿐이다. "

'우공이산(遇公移山 · 어리석은 영감이 산을 옮긴다)'은 꾸준히 노력하면 큰 성과를 만들어 낸다는 뜻.우공은 나이가 이미 90세에 가까웠고,흙을 발해만까지 운반하는 데 왕복 1년이 걸렸다. 그러나 결기를 가지고 우직하게 길을 가는 사람에게는 하늘도 감동한다. 편하고 쉬운 시대는 없었다. 한계를 두지 말라.이제부터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은 당신이다.

강경태 한국CEO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