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우리나라 경품의 역사·규제

1936년 화신연쇄점 황소 한 마리 내걸어…71년 과열경쟁 소주업계 첫 제재
● 경품 규제 풀렸다지만…
경품은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에서 나온 산물이지만 규제의 역사이기도 하다. 정부는 내수 진작이 필요할 때는 경품규제를 완화하고,경기가 과열양상을 보이면 규제의 고삐를 죄는 식으로 줄곧 개입해왔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2008년 발간한 '한국 경품의 역사'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품 1호는 1936년 화신연쇄점(화신백화점 전신)이 1원어치를 사는 고객에게 내걸었던 황소 한 마리였다. 생활이 어려웠던 1950년대는 바가지 비누 쌀 등이 경품으로 쓰였다. 1960년대는 전화기 냉장고 등 생활가전제품들이 인기 경품으로 떠올랐다. 경품 규제는 1970년대 처음 등장했다. 1971년 9월3일 내무부는 경품 과열경쟁을 빚고 있는 소주업계에 경품판매에 대한 방송광고 횟수를 줄이도록 했다. 이로 인해 하루 60회 이상씩 방송광고를 내보냈던 6개 소주회사는 1일 15회로 줄이겠다는 각서를 써야 했다.

1980년대는 종전과 차원이 다른 경품경쟁이 시작됐다. 경제성장률이 매년 7~8%에 이르고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에 달하면서 산업계의 흐름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호황을 맞아 경품경쟁은 달아올랐다.

1981년 9월 경제기획원 공정거래실은 기업들의 경쟁적인 경품 판매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고객들을 부당하게 유인하는 행위인지,경품가격이 실제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는 것은 아닌지가 핵심 조사대상이었다. 같은해 11월 경제기획원은 1982년부터 경품 규모를 판매총액의 1%,제공 시기는 연 3회 이내로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우리 정부에 경품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경품 제공과 같은 판매촉진행위에 대한 정부 규제가 외국회사의 한국시장 진입을 제한할 위험이 있다는 논지였다. 당시 무역장벽 철폐가 국제사회의 이슈였던 만큼 한국 정부는 1995년 3월 경품 제공한도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1997년 말 외환위기가 들이닥치자 정부는 내수경기 부양을 위해 경품 총액한도 이외의 모든 규제를 철폐했다.

2000년 이후 정부의 경품 규제는 업종별로 좀 더 세분화된다. 인터넷 보급으로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고 TV 홈쇼핑 이용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새로운 규제가 속속 만들어졌다. 공정위는 2005년 처음으로 TV 홈쇼핑업체들의 현상경품 한도에 대한 경품 고시를 개정,현상경품 한도를 예상 매출액의 5%에서 1%로 강화했다. 2007년에는 경품한도를 산정할 거래가액 기준이 애매했던 학습지,초고속인터넷 등 통신서비스 등에 대해 거래가액의 10%가 넘는 과다경품에는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다시 정부의 규제완화 의지가 반영되면서 지난 7월 구매고객에게 추첨 또는 퀴즈 등을 통해 경품을 나눠주는 '현상경품'을 제외한 일반 경품규제를 철폐했다. 그러나 개별 법에 규정한 경우가 적지 않아 경품규제는 제각각이라고 봐야 한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