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에 패션성까지 잡아야 그린패션 성공"

'룸스테이트' 설립자 맥킨레이 한
"'그린패션'(green fashion)이 성공하려면 '친환경' 코드에 '디자인'이란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아야 합니다. "

그린패션의 선두주자인 글로벌 캐주얼 브랜드 '룸스테이트'의 설립자인 스콧 맥킨레이 한(Hahn) 사장(39 · 사진)은 지난 13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제2회 글로벌 패션포럼 기조강연을 통해 "그린패션은 미래를 이끌어갈 지속가능한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린패션은 1970년대 자연을 모티브로 한 '에코 디자인'에서 출발해 1990년대엔 재활용 소재가 접목된 '그런지 패션'(grunge fashion:일명 넝마패션)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환경이 이슈로 대두되면서 '지속가능한 패션'으로 각광받고 있으며,그 범위도 친환경(재활용 · 천연) 소재 사용뿐 아니라 친환경 기업문화 조성,공정무역 등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한 사장은 2004년 '룸스테이트'를 설립한 데 이어 록그룹 U2의 멤버 보노와 함께 아프리카 사하라 남부지역의 고용 창출을 위해 패션 브랜드 '이든'을 선보였다. 이들 브랜드는 100% 유기농 인증 코튼(면)과 공정무역 원재료만 쓰며,'스타일을 포기하지 않는 옷'을 만든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첫해 200만달러이던 매출이 5년 만에 연 1000만달러로 성장했다. 한 사장은 "그린패션은 소비자에게 '가치소비'를,기업엔 '친환경'이란 코드로 제품 차별화는 물론 장기적인 고객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힘을 부여한다"고 강조했다.

한 사장은 "돈을 벌지 못하면 '지속가능한 그린패션'을 실천할 수 없다"며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기 위해선 유기농,자연 등 전통적인 생산방식을 활용해 가격 대비 최고 품질을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자동차 폐타이어로 만든 15달러짜리 운동화인 '캐즈'를 예로 들었다. 국내에서 친환경 마인드를 실천하는 패션기업으로는 코오롱패션과 친환경 여성복 '이새'를 꼽을 수 있다. 코오롱패션은 대나무 · 콩 · 화산재 등 천연섬유부터 페트병을 재활용한 '에코프렌' 제품까지 선보이고 있다. 이새는 화학섬유를 대체할 쐐기풀이나 케나프 섬유 등 자연소재와 천연염색으로 제품을 만든다. 이새 관계자는 "2007년 이후 국내에서도 많은 브랜드들이 '그린패션'을 선보였지만 디자인과 가격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