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몰링 열풍] (3·끝) 한국판 '하버시티·그로브몰'…전국에 20여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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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복합몰 전성시대#1.지난 13일 오후 6시께 부산항과 맞닿은 부산 중구 광복로 일대에 여기저기서 '와~'하는 탄성이 쏟아졌다. 옛 부산시청 자리에 다음 달 17일 문을 여는 롯데백화점 광복점 건물 외벽 전체에 LED 조명이 켜지면서 바다 위로 꽃잎이 흩날리는 듯한 풍경이 연출됐기 때문.택시기사 조봉현씨(56)는 "시청이 옮겨간 뒤 상권이 쇠퇴해 일찍 불이 꺼지고 손님도 없었는데 광복점이 개점하면 다시 활기를 띨 것 같다"고 기대했다. 광복점 옥상 공원 전망대에 올라서자 부산 앞바다와 용두산공원이 한눈에 펼쳐진다. 주위는 백화점 건물과 연결되는 플라자동(棟)의 외벽공사와 108층짜리 초고층 빌딩 부지의 터닦기 작업이 한창이다. 홍콩 하버시티처럼 바다와 쇼핑몰이 하나가 되는 국내 최초의 '시사이드 몰(sea-side mall)'로 2014년 완성되는 부산 롯데타운의 건설 현장이다.
2014년 부산 롯데타운, 바다와 쇼핑몰이 하나로 국내최초 '시사이드 몰'
불붙은 복합몰 경쟁…빌리지형 '봉무LSC' 2011년 오픈, 유통 빅3 중심으로 주도권 싸움
#2.지난달 23일 대구시 동구 봉무동에 조성 중인 신도시 '이시아폴리스'에선 핵심 상업시설인 '봉무LSC(라이프스타일센터)' 착공식이 열렸다. 2011년 3월 완공 예정인 봉무LSC는 3만1150㎡ 부지에 광장과 공원,보행거리가 조성되고 거리를 따라 2~4층짜리 건물들이 지어진다. 150여개 명품 · 잡화 · 의류 · 생활용품매장을 갖춘 롯데프리미엄아울렛과 1200석 규모의 최신식 영화관(CGV)을 핵심시설로 각종 레스토랑,카페,게임센터 등이 들어선다. 이덕형 롯데백화점 사업개발팀장은 "미국 LA 그로브몰처럼 주택가 인근에 쇼핑공간과 함께 다양한 생활밀착형 시설이 마을 형태를 이루는 국내 최초의 LSC형 복합몰"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도 시사이드몰,라이프스타일센터 등 다양한 형태의 대규모 복합쇼핑몰이 몰려 온다. 부산 롯데타운과 봉무LSC를 비롯 내년 일산 레이킨스몰,2011년 송도 리버스톤,김포 스카이파크,신도림 디큐브시티 등 예정된 복합쇼핑몰이 20여곳에 달한다. 지역도 서울 · 수도권뿐 아니라 부산과 경남 대구 광주 충남북 등 전국으로 퍼져 있다. 이들 복합몰은 기존 잠실 롯데타운이나 아이파크몰,부산 센텀시티,영등포 타임스퀘어 등과 더불어 쇼핑, 오락,여가를 원스톱으로 즐기는 '몰링(malling) 전성시대'를 열 전망이다.
◆복합몰 성장할 최적기 도래
유통 전문가들은 "국내 소비환경이나 유통산업 발전 측면에서 복합몰이 본격화할 최적의 조건이 조성됐다"고 입을 모은다. 백인수 롯데유통전략연구소장은 "자동차 보급 확산,주5일 근무제 정착,소득수준 향상 등으로 쇼핑과 여가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소비자의 요구가 높아지고 코엑스몰,아이파크몰 등을 통해 몰링에 대한 개념이 널리 퍼지면서 복합몰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존 부지를 재개발할 때 복합몰은 최우선적인 유치 대상이 됐다. 경방이 영등포 경방공장 부지에 세운 '타임스퀘어',대성산업이 신도림 대성연탄 부지에 짓고 있는 '디큐브시티'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복합몰 성장의 걸림돌이던 콘텐츠 부족도 해소된 상황이다. 최소한 1000㎡(300평) 이상의 대형 매장을 요구하는 자라 망고 갭 유니클로 H&M 등 글로벌 SPA(패스트패션) 브랜드의 잇단 국내 진출과 '딸기가 좋아''키자니아' 등 키즈 테마파크의 등장으로 넓은 공간을 채우고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다양한 테넌트(입점업체) 확보가 용이해졌다.
유통업체들로서도 복합몰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 국내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시장 포화 등으로 단독건물 형태로 출점하기 힘들어진 상황에서 신도시나 재개발 지역에 개발되는 복합쇼핑몰은 점포수를 늘릴 수 있는 성장의 기회다.
◆유통업체 간 경쟁 치열롯데쇼핑과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 '빅3'는 매장 구성,콘텐츠 확보 등의 경쟁력을 앞세워 아예 전체 몰을 개발하고 조성하는 디벨로퍼(개발자)로 나서고 있다. 롯데쇼핑은 자회사인 롯데자산개발과 함께 부산 롯데타운,잠실 '제2롯데월드'의 복합몰과 김포 스카이파크,봉무LSC 등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신세계는 부산 센텀시티에 이어 의정부역사점을 직접 개발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말 부천 중동점이 입점해 있는 쇼핑몰 '디몰'을 사들여 운영 중이고 백화점 출점이 예정된 일산 레이킨스몰과 양재 복합몰,청주 대농부지 등에도 공동 디벨로퍼로 참여한다. 미국 일본 홍콩 등에선 부동산개발회사나 건설사들이 복합몰 사업을 이끌어온 것과는 달리 국내에선 대형 유통업체들이 주도하는 양상이다. 여기에 용산 아이파크몰의 현대아이파크,타임스퀘어의 경방,지난해 6월 창원에 복합쇼핑몰인 시티세븐몰을 개장한 '도시와사람' 등이 복합몰 전문 디벨로퍼로서 부상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부)는 "유통업체뿐 아니라 대형 건설사나 부동산 디벨로퍼들이 참여하면서 복합몰 시장은 더욱 복잡하고 치열한 경쟁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며 "결국 다양한 계층의 소비자들이 아낌없이 돈과 시간을 쓸 수 있는 '제3의 생활공간'을 만들고 유지하는 운영능력에서 승부가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