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맹신말고 늘 출구 준비하라"‥폴슨의 대박 노하우

금융위기서 200억달러 번 헤지펀드 대가
"투자 '보험상품' 활용…지나친 위험감수는 금물"
대공황 이래 최악이라는 금융위기로 수많은 투자자들이 '쪽박'을 찼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헤지펀드 '폴슨 앤드 코'의 창립자이자 펀드매니저인 존 폴슨(53)은 2007년부터 올초까지 무려 200억달러(약 23조원)를 벌어들이는 '대박'을 터뜨렸다.

미국 주택시장과 대형 금융사들의 붕괴를 예견한 덕분이다. 2007년 한 해 개인적으로 챙긴 보수만도 37억달러(4조3000억원)에 육박했다. 하루 평균 1000만달러(115억원)를 번 셈이다. 이는 2007년 해리포터 작가인 조앤 롤링과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골프 스타 타이거 우즈의 소득을 합한 것보다 더 많다. 지난해에도 20억달러를 챙겨 헤지펀드업계 연봉 순위 2위를 차지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그의 성공에서 배울 수 있는 뭔가는 없을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폴슨의 투자기법이 주는 교훈 8가지를 소개했다.

첫째는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맹신하지 말라는 것이다. 금융위기에 많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지만 특히 은행들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관련 파생금융상품에 발목이 잡혀 거덜이 났다. 이 상품을 만든 게 바로 은행들이다. 폴슨과 같은 투자자들이 모기지시장 붕괴에 베팅할 때도 월가의 톱 애널리스트들은 이 상품의 투자 안전성을 선전하기에 바빴다. 두 번째는 금융시장엔 늘 '쏠림'이 있기 때문에 출구전략을 마련해두고 위기에 대비,현금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금융시장이 보다 효율적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하지만 이번 위기에서 볼 수 있듯 시장엔 급등락이 불가피하다.

요즘엔 투자자들이 똑같은 신문기사를 읽고 경제 프로그램을 보는 까닭에 어느 순간 동시에 시장에서 빠져나가려 할 가능성이 크다.

다음으론 채권시장에 주목하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의 오르내림에만 관심을 갖는데 위기의 초기신호는 채권시장에서 온다. 이번 위기도 서브프라임(비우량) 모기지 채권 시장에서 비롯돼 주택과 주식시장,그리고 경제 전반으로 '도미노'처럼 확산됐다. 새 투자기법을 숙지하는 것도 대박의 비결이다. 폴슨은 채권 투자에 일종의 '보험' 역할을 하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투자를 통해 큰 수익을 거뒀다. 남들이 이 신종 파생상품에 별 관심을 안 가질 때 폴슨과 그의 팀은 시간을 들여 CDS로 돈 벌 궁리를 했다.

풋옵션과 같은 투자 '안전망'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많은 투자자들이 주택시장의 거품 붕괴를 우려했지만 실제로 안전대책을 세워놓은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당시 CDS 보험료도 쌌고 풋옵션도 꽤 저렴한 수준에서 거래됐는데 투자자들은 이를 외면했다.

경험도 중요하다. 이번 위기에 큰 돈을 번 것은 주로 과거에 시장 폭락을 경험했던 '중년' 투자자들이었다. 반면 월가엔 호시절만 보낸 금융맨들이 적지 않았고 이들은 결국 큰 손해를 봤다.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을 조망하는 것도 유용한 투자수단이 될 수 있다. '사랑에 빠지지 않는 것'도 투자자가 명심해야 할 교훈이다. 폴슨은 올초 은행주와 금융주를 과감히 사들였다. 금융사들의 재무구조가 개선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들 주식의 하락에 베팅한 것과는 딴판이다. 아무리 훌륭한 투자라도 영원히 성공적일 수는 없으며 상황에 따라 투자 대상이나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절대적인 것이란 없다.

끝으로 아무리 확실해 보이는 투자라도 너무 큰 위험을 감수해선 안 된다. 폴슨 말고도 미국 주택시장 붕괴를 예상해 투자한 사람들이 있지만 일부는 타이밍이 너무 빨라 큰 손실을 보기도 했다. 폴슨의 경우엔 일생일대의 베팅을 한 뒤 몇 달 안 돼 미국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폴슨의 '대박신화'엔 어느 정도 운도 작용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