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모범음식점' 솎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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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 강화…심사때 소비자 참여#.'모범음식점'이라는 팻말이 붙은 서울 무교동의 한 음식점에 감시단이 들이닥친다. 감시단은 주방과 냉동고를 꼼꼼히 살펴 본 뒤 주인에게 통보한다. "남은 음식을 재사용하셨군요. 쇠고기에 원산지 표기도 없고요. 영업정지 20일입니다. 모범음식점 지정도 취소하겠습니다. "
이르면 다음 달부터 이런 모습을 종종 보게 될 전망이다. 보건복지가족부는 17일 자격에 미달하는 업소의 '모범음식점' 지정을 취소하고 모범음식점 · 급식소 수를 전체의 5%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모범업소 지정 및 운영관리 지침안'을 행정예고했다. 복지부는 다음 달 12일까지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한 뒤 이르면 연말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개정 지침안에 따르면 영업정지 이상의 행정처분을 받은 업소는 모범음식점 지정이 취소되고 2년 동안 재신청할 수 없도록 하는 '퇴출' 조항이 마련됐다. 현행 지침에선 지정이 취소되더라도 6개월이 지나면 재신청할 수 있게 돼 있다. 또 모범음식점으로 지정되면 홍보,융자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근거조항도 담겨 있다.
또 모범업소를 심사해 시 · 군 · 구청장에게 추천하는 '음식문화개선운동추진위원회'에 소비자도 참여토록 했다. 15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위원회에 소비자 5명이 참여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음식점 업주,공무원,영양사 등으로만 구성됐다.
복지부가 지침을 개정키로 한 것은 모범음식점 지정을 사실상 한국음식업중앙회나 지회 · 지부에서 관장해 일부 지역에선 모범업소가 난립하고 사후 관리도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모범업소 수는 서울 5500개를 비롯해 전국 총 2만6000여개에 달한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