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국감!…'고쳐라' 한마디에 빨라진 개선책

車보험료·꺾기 등 지적사안…해당부처 정책에 속속 반영
"보험료 할증기준은 1989년 50만원으로 정해진 후 전혀 변함이 없다. 물가와 정비 수가 인상률을 반영해 할증기준을 200만원 선으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금융감독원장은 어떤 의견인가. "

지난달 13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신학용 민주당 의원은 20년 전 기준인 자동차 보험료 할증기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금융감독원에 대안을 촉구했다. 터무니없이 낮은 할증기준으로 보험에 가입하고도 가벼운 접촉사고는 자비 처리하는 등 가입자들은 이중 손실을 보고 있는데 보험사는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신 의원의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 13일 할증기준을 200만원까지 높이는 대안을 내놓았다. 신 의원은 "수년째 국정감사에서 자동차 보험료 할증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는데 이번에 당국이 발빠르게 수용해 의원으로서 보람이 크다"고 밝혔다. 국정감사 지적 사안에 대한 당국의 개선조치가 가시화되고 있다. 서민생활과 밀접한 금융과 생활밀착형 서비스 부문에 대해서는 해당 부처에서 정부의 '친서민정책'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실제 공정위원회는 수년째 국감 단골메뉴로 등장한 항공사의 일방적인 마일리지운영에 대해 광범위한 실태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이진복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국감에서 "카드사들이 수수료 원가를 부풀려 4조8000억원의 폭리를 취했다"고 폭로한 카드 수수료도 수술대에 올랐다. 금융위가 취급수수료를 포함,평균 26%인 현금서비스 수수료 인하 추진 방침을 정하고 현재 카드사들과 협의 중이다.

배은희 한나라당 의원이 제기한 소상공인 대출 문제와 관련,중기청은 신규 대출 대상에서 전문직 고소득자는 제외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배 의원은 "소상공인 대출지원 시 만연한 '꺾기'관행에 대해서도 지식경제부와 중기청이 방지대책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임시투자세액공제 폐지에 대해서도 윤증현 장관으로부터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폐지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이 질타한 가스공사의 가스구입물량 수요예측 오류로 인한 손실문제는 내년부터 발전용 수요예측모델을 도입하는 대안이 나왔다. 김세연 한나라당 의원이 지적한 서울대의 세계수준연구중심대학(WCU) 사업부실의 경우 교과부와 서울대가 가장 문제가 되는 사업유형 3(해외석학 초빙지원)사업을 대거 축소키로 하는 개선책을 내놓았다. 김 의원은 "국감 후 직접 의원실을 찾아와 예산 낭비뿐 아니라 대학 위상과도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이른 기간 내 대응책을 내놓겠다고 설명할 정도로 의욕을 보였다"며 "앞으로도 국감 지적 사안들이 개선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체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형호/김유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