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의 일치' 는 저작권 침해 아니다

고의로 모방 때만 침해 인정… 유사한 기술 이미 있으면 "무혐의"

스포츠용품 제조업체인 A사는 자사의 골프장갑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대기업 B사를 검찰에 형사고소했다. 특허명세서에 따르면 A사의 특허는 골프장갑의 엄지 두덩 부위를 다른 부분보다 두껍게 만들어 힘을 많이 주지 않아도 골프채를 견고하게 쥘 수 있도록 한 것.양사는 과연 '두덩 부위'가 어느 부위냐는 것에 대해 공방을 펼쳤다. 검찰은 두덩 부위가 엄지손가락 둘째마디 아랫부분이라는 정의에 따라 골프장갑의 엄지 상단 부분을 두껍게 만든 B사에 대해 최근 무혐의 처분했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소회의실에서 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장호중) 주최로 열린 '지적재산범죄 연구 세미나'에서는 검찰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특허,실용신안,디자인,상표,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이 법적으로 보호받는 범위와 침해 여부의 판단기준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소개했다. ◆우연히 원작과 같으면 침해 인정 안돼

오승종 홍익대 법대 교수(법무법인 다래 변호사)는 이날 '저작재산권 침해의 판단 방법'을 주제로 강의하면서 "저작물이 유사하거나 같아도 단순한 우연의 일치라면 침해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작곡가 정씨는 SK텔레콤이 '생각대로T' 광고 카피에서 사용한 'T링'의 5음(솔미파라솔)에 대해 자신이 작곡한 '사랑의 눈물' 멜로디와 같다는 이유로 지난해 음원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SK텔레콤 측은 그러나 '솔미파라솔'이 들어간 노래를 일일이 찾아 동요 '노을'의 도입부가 같은 음이라는 것을 확인해 우연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또 '사랑의 눈물' 노래가 방송매체를 탄 적도 없다는 사실을 부각시켜 "티링 작곡자가 정씨의 음악을 모른 채 작곡해 침해가 아니다"는 법원 결정을 받아냈다. ◆특허명세서 벗어난 내용은 보호 못 받아

좌승관 서울중앙지검 특허수사자문관은 '특허침해에 있어서의 형사적 고찰'이라는 주제의 강의에서 "신규성이 없는 특허는 다른 기술에 의한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모씨가 2002년 출원한 '상패를 보관하는 케이스' 특허를 C사가 침해했다는 이유로 형사고소한 사건에서 "김씨의 특허 출원에 앞서 2001년 유사한 기술이 나와 특허의 신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C사에 대해 최근 무혐의 처분했다.

간접침해도 특허권 침해이지만 법원에서는 현재까지는 형사처벌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게 좌 자문관의 설명이다. 예컨대 'DDT를 살충제로 사용하는 방법'이 특허로 등록돼 있다면 타인이 그 방법을 그대로 사용하는것은 직접침해다. 그러나 만약 DDT가 살충제 외의 용도로는 개발되지 않았다면 DDT 물질을 생산하는 것은 살충제 제조를 위한 수단으로 간주될 수 있고,이는 간접침해다. 그러나 대법원은 1993년 "간접침해는 직접침해의 예비단계 행위에 불과하다"며 특허침해 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