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현장 리포트⑥] '오프로드' 초보기자의 '목숨 건' 처녀경험


떨리는 두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앞을 바라봤다. 눈앞에 있는 건 가파른 경사의 계단. 각도는 약 45도 정도다. 동승자는 태연한 표정으로 "차를 몰고 올라가 보라"고 말했다. '정말 괜찮을까'라는 불안함도 잠시, 서서히 가속페달을 짓누르자 차는 서서히 계단을 '밟아 오르기' 시작했다.

독일 하노버에서 북동쪽으로 80여km 떨어진 볼프스부르크. 이 도시에 폭스바겐이 지은 '자동차 테마파크' 아우토슈타트 외곽에는 관람객들이 직접 오프로드(장애물이 놓여진 거친 노면) 주행을 체험할 수 있는 코스가 있다.관람객은 폭스바겐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투아렉 TDI 3.0'을 타고 물웅덩이를 헤엄치듯 건너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는 등 흔치 않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오프로드 경험이 없던 기자는 시설 안내인이 함께 탑승한 투아렉을 몰고 본격적인 코스 주행에 나서게 됐다. 코스에는 모두 11개의 장애물이 도전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마주한 것은 자갈과 바윗돌이 가득 놓인 거친 노면주행. 마치 비포장된 공사장 주변길을 달리는 것 같았다. 강한 진동이 차체를 통해 온몸 구석구석으로 전해져 왔다. 운전대를 놓칠 새라 부둥켜 쥐고 긴장한 표정을 짓자 동승자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자갈도로로 긴장된 마음을 채 다스리기 전에 마주한 것은 성인 허벅지까지 잠길 듯한 물웅덩이. 황당한 기분이 들었다. '수륙양용차'도 아니고 여길 어떻게 건너라는 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차가 고장 나는 것보다 여길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차가 조금씩 물속으로 들어갔다. "수심이 얼마나 되냐"고 묻자 "제법 깊긴 한데 차가 빠질 정도는 아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침을 한 번 삼키고 가속페달을 밟았다. 웅덩이에 고여있던 물들이 차 앞 유리창을 세차게 때렸다. 중간지점에 도달할 때 쯤 바퀴와 범퍼가 완전히 물에 잠겼다. 그러나 차는 문제없다는 듯 서서히 앞을 향해 움직였다. 그렇게 물웅덩이 코스를 헤엄치듯 지나갔다.

통나무들이 켜켜이 일렬로 쌓인 불규칙 노면을 지나고 급격한 경사로를 지나자 '시소다리'가 등장했다. 놀이터에 있는 시소처럼 무게중심이 이동하면 판이 기울어지는 코스다. 앞서 가던 차가 다리 중간부분 쯤 도달했을 때 육중한 철판이 '쿵'하고 반대방향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천천히 코스로 접어들었다. 딱 보기에도 경사도가 45도를 족히 넘어보였다. 운전대를 잡은 손 안쪽에는 땀기마저 느껴진다. 서서히 다리를 올랐다. '이쯤이면 중간부분일까'하고 가속페달에 오른발을 살짝 올려둔 채 왼발을 제동페달에 갖다 댔다. "완벽한 제동 타이밍"이라는 동승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시소다리는 반대방향으로 떨어졌다.

이후 마치 사막 같은 모래길과 숲길, 계단 등 그야말로 '산 넘고 강 건너' 출발지점으로 돌아와 시계를 보고서야 15분이 채 걸리지 않았음을 알게 됐다. 차는 온통 흙투성이었다.

오프로드 첫 경험은 그렇게 끝났다. 위험을 느끼진 않았지만 손에 가득 찬 땀은 적잖은 긴장감을 머금은 듯 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든 생각은, '한 번 더 타 보고 싶다'였다. 처음이라는 긴장감 때문에 마음껏 즐기지 못했던 아쉬움 탓이었다.대기실에는 가족단위의 관람객들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족들 앞에서 멋진 운전 실력을 뽐내려는 듯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던 한 남성도, 긴장과 기대가 교차하는 듯 흥분된 표정을 짓고 있던 어린아이들도 하나같이 '운전해 보니 어땠냐'고 물었다. 딱히 괜찮은 대답을 떠올리진 못했다. "직접 타 보면 안다"는 말 밖에는.

볼프스부르크(독일)=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폭스바겐 ‘투아렉’ TDI 3.0은…
=3000cc급 6기통 디젤엔진을 탑재한 폭스바겐의 4륜구동 SUV. 최고 출력 240마력에 최대 토크 56.1kg.m의 강력한 동력성능을 갖췄다. 최고 속도는 시속 204km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8.3초다. 국내 출시 가격은 718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