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외화대출, 한도 줄고 금리 높아진다

외환 건전성 제고 방안
선물환, 수출액 125%로 제한
달러부족 대비 선제적 대응
수출업체는 수출액의 125%를 넘는 선물환계약을 맺을 수 없게 된다. 또 외화대출도 제한된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외환건전성 제고 방안을 마련해 19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금융위기 때 불거진 달러 부족사태 등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 조치는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제외한 은행권에 적용된다. 외국은행의 한국지점은 외환파생상품거래 위험관리 기준과 보고 의무만 있으며 유동성 비율 규제는 받지 않는다.

◆과도한 선물환거래 제동과도한 선물환거래를 막는 장치도 도입된다. 조선사 등 수출업체가 할 수 있는 선물환거래가 실물거래의 125% 이내로 제한된다. 일반 투자자는 100%가 상한선이다. 이는 수출기업이 연간 수출액을 초과하는 선물환거래를 하다가 환율 변동으로 손실을 보고,외환시장의 환율 흐름도 왜곡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다. 통화옵션파생상품인 '키코'에 가입한 수출기업들은 금융위기 이후 3조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

또 자산운용사도 해외펀드를 팔 때 환 헤지 비율을 차등화한 상품을 내놓도록 했다. 또 투자설명서와 공시를 통해 상품의 환 헤지 비용과 효과 등을 투자자에게 알려야 한다.

◆외화대출 금리 높아질 듯은행들이 외화자산을 외화부채로 나눈 '외화유동성 비율'을 산정할 때 적용하는 가중치를 외화자산별로 달리 적용토록 했다. 지금은 무조건 100%를 주지만 앞으로는 신속한 회수가능성 등을 따져 35~100%로 차등화된다. 특히 외화대출과 주식,회사채 투자의 가중치를 낮춰 사실상 운용을 제한했다.

외화대출의 경우 내국수입유전스 분할상환시설자금대출 등 무역금융은 100%를 인정하지만 기자재 원자재 등을 수입해올 때 받는 해외실수요자금,시설자금대출(분할상환이 아닌)은 90%를 적용한다. 특히 운전자금 대출은 80%로 낮췄다. 현재 은행들의 3개월 외화유동성 비율이 85%인 만큼 대출을 하지 말라는 얘기다.

박동영 우리은행 자금부장은 "가중치가 낮아지면 결국 은행은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외화대출을 받을 때 조달코스트가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개인이 외화대출을 받아 병원을 차리거나 부동산 투자를 하기는 어렵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산 2%는 안전자산 보유

금융위는 은행들이 외화자산의 2% 이상을 A등급 이상 국공채 등 안전 자산으로 보유하도록 했다. 금융위기가 발생해도 손쉽게 보유 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은행들의 외화자산은 6월 말 현재 1986억 달러다. 약 39억달러를 안전자산으로 채워야 한다는 계산이다. 양현근 금융감독원 외환관리실장은 "은행들이 보유 중인 우량 자산을 감안하면 내년 6월까지 추가로 5억~6억달러의 A등급 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외화채권을 6~7%대에 발행해 조달한 외화로 2%대 이자를 받는 채권을 사면 즉시 4~5% 손해가 난다"며 수익성이 낮아질 것을 우려했다. 은행의 단기 외화차입을 억제하기 위해 중장기 재원조달 비율도 강화된다. 중장기 재원조달 비율은 1년 이상 외화조달잔액을 1년 이상 외화대출잔액으로 나눈 것으로,감독규정상 80% 이상 유지하면 된다. 금융위는 이를 90% 이상으로 높이고,중장기를 산정하는 기준도 현행 1년 이상에서 1년 초과로 강화했다. 은행이 단기 차입금을 중장기로 굴려 발생하는 기존의 만기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자기자본 대비 외화자산 또는 외화부채 비율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레버리지 비율'의 경우 국제 규제 흐름을 보며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추경호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내년 초 시행하되 외화자산별 유동화 가중치 부여와 외화 안전자산 보유는 내년 7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당장 큰 영향이 없겠지만 외화 안전자산 매입과 외화대출 제한 등으로 향후 수익성이 악화될 것을 우려했다.

김현석/김인식/유승호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