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초대 대통령' 선출] 바로수 집행위원장 "나도 있다" 견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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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부터 파워게임"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EU에 전화할 때 누구에게 할 거라고 생각하나요?"(기자)
"안절부절못하면서 첫 번째로 전화가 오기를 기다릴 겁니다. "(반 롬푸이 상임의장 지명자)19일 저녁 9시께 벨기에 브뤼셀 EU 이사회 건물에서 열린 차기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및 EU 외교 · 안보정책 고위대표 발표 기자회견 마지막 질문은 날카로웠다. 단상에는 반 롬푸이 지명자와 프레드릭 라인펠트 스웨덴 총리(현 이사회 의장),캐서린 애슈턴 EU 외교대표 지명자,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 네 명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네 명 모두 EU를 대표하는 얼굴들이다.
질문이 끝난 후 2~3초간 침묵이 흘렀다. 넷 다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적절한 답을 궁리하느라 지체한 탓이다. 반 롬푸이 지명자가 가장 먼저 마이크를 집어들고 "안절부절못하며(anxiously) 기다릴 것"이라고 하자 폭소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바로수 집행위원장만은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그는 냉큼 "외교문제라면 여기 외교대표를 맡게 된 '캐시' 애슈턴이 있다"고 반박에 나섰다. 그는 "EU는 하나의 나라가 아니라 연합이자 공동체이며,어떤 문제냐에 따라 담당하는 곳이 다른 복잡한 조직"이라고 장황히 늘어놨다.
바로수 위원장은 또 "여러분(기자들)을 위해 준비한 기념품이 있다"며 큐빅을 하나 꺼내들었다. EU 27개 회원국 이니셜과 함께 중앙에 본인,왼쪽에 반 롬푸이,오른쪽에 애슈턴의 사진이 담긴 것이었다. 사진기자들을 의식한 행동임이 명백했다. 애슈턴 지명자에 대해서도 그가 집행위 통상담당이었던 점을 들어 "나는 그녀를 언제나 '캐시'라고 부른다"며 친밀감과 보스로서의 지위를 과시했다. 반 롬푸이 지명자의 낯빛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반 롬푸이 지명자도 EU 대통령으로 불리는 상임의장이 되기에 너무 약하다는 세간의 평가를 인식한 듯 미리 준비해 온 수십장의 기자회견문을 영어와 프랑스어,네덜란드어를 섞어가며 읽었다.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어 EU 회원국들을 아우르기에 적합하다는 제스처였다. 그러나 EU 안팎에서는 그가 강대국들과 바로수 집행위원장 사이에서 제대로 역할을 만들어 갈 수 있을지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브뤼셀(벨기에)=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