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차 이야기] 재규어 XJ…40년 이상 장수한 날렵한 '맹수'


가장 인상적인 자동차 엠블럼을 꼽을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재규어다. 포효하며 뛰어 오르는 맹수를 형상화한 재규어 엠블럼은 재규어의 존재와 성격을 그대로 표현해 준다. 실제 정글의 맹수인 재규어처럼 재규어의 대부분 차종은 우아하고 세련된 외관을 갖추고 도로에서는 무서울 정도로 폭발적인 주행성능을 발휘한다.

재규어는 1922년 윌리엄 라이온스에 의해 처음 설립됐다. 창립자 월리엄 라이온스가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 계기가 재미 있다. 오토바이 사이드카를 만들던 윌리엄 라이온스는 당시 영국에서 대중적인 오스틴 세븐이란 차를 구매했다. 외관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그는 사이드카를 만들던 실력을 발휘해 본인 입맛에 맞는 새로운 보디를 제작했다. 이를 오스틴세븐의 뼈대 위에 올려 자동차를 만들었다. 이 차는 '오스틴 세븐 스왈로'란 이름으로 처음 시장에 등장했다.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 윌리엄 라이온스는 자신의 자동차가 아름다운 외관 외에도 강력한 성능을 가지길 원했다. 이를 위해 보디뿐만 아니라 섀시에서부터 엔진에 이르기까지 직접 손을 대기 시작했다. 모터스포츠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기 위한 노하우를 축적했다. 그 결과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재규어는 각종 기록을 경신했다. '르망24시' 우승 이력이나 1948년 시속 200㎞로 작성한 가장 빠른 양산차 타이틀은 그 중 일부라 할 수 있다.

1968년 처음 등장한 XJ6는 재규어의 기함 XJ시리즈의 최초 모델이 된다. XJ6는 라이온스 라인이라 불리는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라이온스 라인은 네 개의 원형 헤드라이트 램프와 보닛의 곡선으로 이어지는 재규어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뜻한다. 영국 귀족의 고전적이고 우아한 느낌을 그대로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XJ에 대한 호평은 외관뿐 아니었다. 1972년 선보인 12기통의 XJ12모델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4인승차의 타이틀도 획득했다. 이후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몇 단계 합병을 거쳤던 재규어는 1991년 생산한 XJ220이 르망24시에서 선전하면서,벤츠 못지않은 프리미엄카로 커다란 인기를 끌며 다시 한번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이렇듯 XJ시리즈는 40년 이상 장수하며 재규어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큰 역할을 해왔다. 최근엔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이안 컬럼이 새롭게 디자인한 XJ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네 개의 원형램프로 이뤄지는 XJ의 라이온스 라인만 사라졌을 뿐,역동적인 유선형 디자인에 가벼운 알루미늄 차체,510마력의 고성능 엔진까지 재규어의 날렵함은 그대로 살렸다. '아름다운 고성능 자동차(Beautiful Fast Car)'라는 표어를 가진 재규어.스포티함과 프리미엄이라는 두 마리토끼를 잡기 위한 재규어의 질주는 계속 될 것이다.

수입차포털 갯차 대표 choiwook@getch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