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ABC 시행 정부가 강제할 일은 아니다

정부는 내년부터 신문발행부수(ABC) 공사(公査)에 참여한 신문사에 대해서만 정부광고를 집행키로 했다. ABC공사와 정부광고를 연계하는 것은 한마디로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자는 뜻에 다름아니고,신문업계의 현실 또한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깊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한국신문협회가 지난 19일 "ABC공사를 정부가 강제하는 것은 언론을 옥죄기 위한 의도"라며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23일 이 같은 입장을 문화관광부에 전달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물론 ABC공사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광고집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그동안 신문업계가 자율적으로 시장질서를 확립하지 못한 책임을 면키 어려운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식이어서는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ABC공사와 정부광고를 연계하는 것은 언론에 대한 또 다른 관치(官治)이자 여론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언론의 역할을 부정하는 일이다. ABC를 핑계 삼아 정부가 인위적으로 광고물량을 배정하는 것은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게 뻔하다.

현행 ABC공사의 공정성이 결여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과열 판촉경쟁으로 신문시장이 혼탁해지고 있고 '유료 부수' 인정 범위도 모호해 부수공사의 신뢰성이 의문시되는 마당이다. 예를 들어 6개월까지 무가지 배포를 허용하는 정부의 부수 인증기준부터가 공정성을 저해하고 있다.

특히 종이신문 구독자 외에 온라인으로 신문사 뉴스를 보는 독자와,가정 및 회사 등에서 신문을 돌려보는 독자까지 포함하는 '신문 수용자' 개념 또한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ABC공사 제도의 불합리성부터 정비하고 개선하는 것이 먼저인 이유다.

지금으로서는 ABC공사와 정부광고의 연계가 전혀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신문부수 공사는 어디까지나 자율 추진을 원칙으로 해야지 정부가 나서 강제할 사안이 결코 아니다. 공사기관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서도 일본이 ABC제도의 정착을 위해 시행에 앞서 10년의 시험 운영경험을 쌓았다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