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2010년 경영 키워드

미래 영화를 볼 때마다 궁금했다. 영화 감독들이 미래를 연구해 미리 그려내는 것일까, 아니면 그 사람들이 그린 미래대로 사람들이 따라하다 보니 세상이 그렇게 바뀌는 것일까. 최근에야 정답 비슷한 것을 찾았다. 미래 영화를 만드는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각종 미래포럼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미래영화는 상상의 산물이기보다는 집단적인 연구의 결과다. 조지 오웰 같은 천재의 통찰과는 거리가 있다는 얘기다.

인터넷이 상용화된 지 20년.그 사이 미래학은 엄청나게 진보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인터넷과 그에 기반한 실시간 의사소통 수단인 메신저다.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종으로 횡으로 엮어가면서 공통점을 찾아내는 델파이방법론과 같은 효과를 순식간에 볼 수 있다. 이들이 교환하는 정보는 아직 신문에 안 난 것이요, 논문에 안 실린 것이니 바로 미래자료다. 이렇게 서로 교환하며 엄청나게 축적한 자료 속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하는 흐름들이 쉽게 드러나는 것이다. 미래예측이 쉬운 일이 되면서 매년 이맘 때부터 논의되는 다음해 경제,경영 예측은 이제 정보나 통찰력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의견 수준으로 낮아졌다. 인터넷과 공개된 자료 덕분에 누구나 예측할 수 있게 됐고 그만큼 권위를 인정받기도 어려워졌다. 이제 기획부서 과장 정도만 돼도 올해의 흐름을 찬찬히 보면서 내년 경영 키워드 정도는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전제와 관련된 흐름을 짚어보면서 2010년 경영 키워드를 미리 생각해보자. 우선 2010년은 경기침체기였던 올해와 달리 회복기 혹은 호황기로 경기사이클이 바뀌는 선상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핍, 원가절감, 구조조정, 살아남기 등이 올해의 키워드였다면 내년의 큰 그림은 '성장'이다. 그 안에서 '투자 확대' '가치 증진' '사업구조 고도화' 'M&A(인수 · 합병)' 등의 키워드를 찾을 수 있다.

내년은 특히 새 천년이 시작된 후 10년을 마무리짓고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시점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지난 10년간 시장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점검해보고 변화된 시장 논리의 골자를 찾아내야 한다. 가장 두드러진 흐름은 고령화에 따라 중장년 소비자의 파워가 높아진 것과 여성들의 소비주권이 확고해진 것이다. 여기에다 인터넷 디지털 그리고 글로벌은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이 됐다. '새로운 10년 전략'이 키워드가 될 만하다. 국가적으로는 내년 11월에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있다. 포럼 이벤트 컨퍼런스 전시회 등이 잇달아 열릴 것이고 이에 따라 '다문화'라는 키워드는 이제 선진국을 포함하는 새로운 개념으로 더욱 중시될 것이다. 이 밖에 세계적 화두인 '그린(green)'을 빠뜨릴 수 없고 성장을 담보할 '인재'와 그들의 '창의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계속 회자될 것이 분명하다.

사회적으로 보면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의 '리스타트'와 '업그레이드' '도약' '도전' 등의 문구가 유행할 것이다. 꼭 한 단어만 꼽으라면 새롭다는 의미의 뉴(new)가 되지 않을까. 새로운 사업, 새로운 상품, 새로운 경영자, 새로운 직원 그리고 새로운 기회라는 의미에서 말이다. 저성장 10년, 세계적 경제위기를 고생해서 넘긴 뒤에 오는 2010년은 특히나 도전이 많은 한 해가 될 것이다. 귀사가 준비하는 '새 것'은 무엇인가.

권영설 한경 아카데미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