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과유불급, 온실가스 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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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20년까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원래의 배출전망치보다 30% 감축한다는 목표를 확정했다. 양으로 따져 2005년 배출량 5억9400만t(?? 환산기준)보다 4% 줄어든 5억6900만t이다. 그동안 논의된 여러 방안 가운데 최대의 감축량으로,지나치게 무리한 목표설정이라는 산업계의 우려는 결국 묻히고 말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두고 "역사적 결정"이자 "선진국형 발상의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기후변화 대응의 '얼리 무버(early mover)'를 자처하고 나선 것과 같은 맥락이다. 외국 언론들도 이 같은 공격적 감축정책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리 능력에 대한 신뢰인지,비아냥이 섞인 감탄인지 아직은 알기 어렵다. 2005년 배출량 기준으로 4%의 감축목표는 언뜻 별 게 아닌 것 같지만,대단히 심각한 수치다. 앞으로 경제규모는 자꾸 커지게 마련이고,에너지 사용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강제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을 경우 2020년 예상되는 배출전망치는 원래 8억1300만t이었다. 가능한 범위의 경제성장을 전제했을 때 그만큼의 온실가스 배출이 불가피한 상황인데,이를 30%나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앞으로 10여년 동안 줄여야 할 온실가스 배출량 2500만t은 정유 및 화학업체가 밀집한 울산 남구 석유화학단지에서 2006년 배출된 2526만t과 맞먹는다. 이는 같은 해 우리나라 제조업의 총배출량 2억9447만t의 8.6%에 해당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향후 10년 동안 우리 산업의 에너지 소비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지 못하거나 혁신적 온실가스 저감대책 및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최소한 그정도 규모의 산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2005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의 두 배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온실가스 배출증가율이 가장 높고,전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많은 양이다. 우리 경제와 산업이 그렇게 빨리 커진 데 따른 결과다. 더구나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량의 60%는 제조업부문에서 쓰이고 있다. 우리 경제의 에너지 효율성이 미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크게 낮은 것은 사실 산업구조 자체가 에너지 다소비형인 탓이다.
IT(정보기술)분야를 제외하고는 주력산업인 자동차 철강 정유 석유화학 등이 다 그렇다. 원료를 들여와 다량의 에너지를 투입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수출함으로써 지탱되는,다른 나라들보다 에너지를 훨씬 많이 소비할 수밖에 없는 경제구조인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힘이 그러한 에너지 집중투입형,온실가스 다량 배출형 산업이었고,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 같은 산업체제가 경쟁력의 원천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피해갈 수 없다면 앞서 가자는 의욕만 앞세워서는 극복하기 어려운 과제가 바로 온실가스 감축인 것이다. 모든 조건에서 불리하기 짝이 없는데,우리가 굳이 스스로 나서 함정을 팔 까닭이 무엇이냐는 의문은 그래서 나온다. 온실가스 감축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이자 글로벌 스탠더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많이 줄일수록 좋다는 명분이 우리 산업계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지나치면,자칫 심각한 후유증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하지 못한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먼저 깃발은 들었지만,솔직히 우리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여지도 별로 없다. 세계 1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은 이미 "환경부담은 국가별 경제상황과 해결능력,역사적 책임에 따라 차별화돼야 한다"며 발을 빼고 있고,2013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포스트 교토 체제의 새로운 국제 규범을 만들자는 선진국들의 12월 코펜하겐 총회도 벌써 합의가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밀어붙여서 될 일이 전혀 아니다.
논설실장 kunny@hankyung.com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두고 "역사적 결정"이자 "선진국형 발상의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기후변화 대응의 '얼리 무버(early mover)'를 자처하고 나선 것과 같은 맥락이다. 외국 언론들도 이 같은 공격적 감축정책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리 능력에 대한 신뢰인지,비아냥이 섞인 감탄인지 아직은 알기 어렵다. 2005년 배출량 기준으로 4%의 감축목표는 언뜻 별 게 아닌 것 같지만,대단히 심각한 수치다. 앞으로 경제규모는 자꾸 커지게 마련이고,에너지 사용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강제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을 경우 2020년 예상되는 배출전망치는 원래 8억1300만t이었다. 가능한 범위의 경제성장을 전제했을 때 그만큼의 온실가스 배출이 불가피한 상황인데,이를 30%나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앞으로 10여년 동안 줄여야 할 온실가스 배출량 2500만t은 정유 및 화학업체가 밀집한 울산 남구 석유화학단지에서 2006년 배출된 2526만t과 맞먹는다. 이는 같은 해 우리나라 제조업의 총배출량 2억9447만t의 8.6%에 해당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향후 10년 동안 우리 산업의 에너지 소비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지 못하거나 혁신적 온실가스 저감대책 및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최소한 그정도 규모의 산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2005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의 두 배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온실가스 배출증가율이 가장 높고,전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많은 양이다. 우리 경제와 산업이 그렇게 빨리 커진 데 따른 결과다. 더구나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량의 60%는 제조업부문에서 쓰이고 있다. 우리 경제의 에너지 효율성이 미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크게 낮은 것은 사실 산업구조 자체가 에너지 다소비형인 탓이다.
IT(정보기술)분야를 제외하고는 주력산업인 자동차 철강 정유 석유화학 등이 다 그렇다. 원료를 들여와 다량의 에너지를 투입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수출함으로써 지탱되는,다른 나라들보다 에너지를 훨씬 많이 소비할 수밖에 없는 경제구조인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힘이 그러한 에너지 집중투입형,온실가스 다량 배출형 산업이었고,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 같은 산업체제가 경쟁력의 원천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피해갈 수 없다면 앞서 가자는 의욕만 앞세워서는 극복하기 어려운 과제가 바로 온실가스 감축인 것이다. 모든 조건에서 불리하기 짝이 없는데,우리가 굳이 스스로 나서 함정을 팔 까닭이 무엇이냐는 의문은 그래서 나온다. 온실가스 감축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이자 글로벌 스탠더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많이 줄일수록 좋다는 명분이 우리 산업계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지나치면,자칫 심각한 후유증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하지 못한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먼저 깃발은 들었지만,솔직히 우리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여지도 별로 없다. 세계 1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은 이미 "환경부담은 국가별 경제상황과 해결능력,역사적 책임에 따라 차별화돼야 한다"며 발을 빼고 있고,2013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포스트 교토 체제의 새로운 국제 규범을 만들자는 선진국들의 12월 코펜하겐 총회도 벌써 합의가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밀어붙여서 될 일이 전혀 아니다.
논설실장 kunn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