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월드 디폴트 선언] 삼성 '버즈 두바이' 발주처는 튼튼…대부분 아부다비로 옮겨 타격 적어

국내 건설업체 영향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대표적인 개발회사인 두바이월드와 자회사 나킬(NAKHEEL)이 채무 상환 연기를 요청했다는 소식에 국내 건설업계는 불똥이 튀지 않을까 바짝 긴장하고 있다. 1~2년 전부터'두바이 거품' 붕괴를 예견했지만 이들 두바이 회사의 자금난이 중동지역 전체 건설시장을 얼어붙게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서다.

하지만 두바이월드와 나킬의 자금난이 국내 건설업체와 엔지니어링업체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전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두바이 경제 상황이 나빠질 조짐을 보이자 지난해 하반기 대부분의 건설 · 엔지니어링업체가 상대적으로 안전한 아부다비로 옮겼으며 그나마 수주한 공사도 발주처가 확실한 플랜트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사 시공 중인 나킬 공사는 1건

나킬로부터 직접 사업을 수주해 공사를 진행 중인 국내 업체는 현재 삼성물산 한 곳으로 파악됐다. 삼성물산은 2007년 두바이 팜 제벨알리 교량 공사를 나킬로부터 3억5000만달러에 발주받아 올 11월 현재 51%의 공정을 기록하고 있다. 이마저도 공사대금 미납 문제 등으로 약 1개월 전부터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1년여 전부터 자금 사정이 안 좋다는 징후가 나타나 대비해 왔다"고 말했다. 또 삼성물산이 작년에 역시 나킬로부터 10억달러에 수주했던 팜 주메이라 복합단지 공사는 올해 초 나킬의 자금난으로 이미 계약이 취소됐다.

두바이 내 다른 공사는 비교적 안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이 내달 완공을 앞두고 있는 버즈두바이 빌딩공사는 자금력이 튼튼한 국영기업 이마르가 발주처다. 두산중공업이 두바이에서 시공 중인 제벨알리 담수발전시설은 정부기관인 수전력청에서 공사비를 받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현대건설은 팜데일라 준설매입 공사와 제발알리 화력발전소 공사를 이미 끝냈다. ◆국내업체 대부분 아부다비로 이미 옮겨

두바이에서 개발사업을 펼쳤던 성원건설 관계자는 "석유가 거의 나지 않는 두바이 투자자금 가운데 절반가량이 아부다비의 오일달러인데 아부다비 정부가 도와주지 않으면 두바이가 오래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가 작년부터 돌았다"고 전했다.

이런 소식을 접한 한국 건설업체와 엔지니어링업체들은 대부분 사업장과 지사를 아부다비 쪽으로 옮겼다. 성원건설과 반도건설 등도 소규모 부동산 개발사업을 벌이다 작년 말부터 사업을 매각하거나 신규 사업을 중단한 상태다. 국내 업체들이 아부다비에서 수주하는 공사도 상대적으로 발주처가 안전한 플랜트 부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GS건설과 SK건설이 잇달아 수주한 31억달러와 21억달러 규모의 사업은 정유플랜트 건설공사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리스크가 있는 해외 부동산 개발사업의 경우 지난해 국내 건설사 수주액이 30억달러에 달했지만 올 들어 11월 현재 3200만달러에 불과하며 그나마 두바이에는 한건도 없다"고 말했다. 송흥익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두바이에 투자한 돈이 묶이면서 중동지역에 대한 추가적인 투자를 꺼릴 경우 중동 건설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국내 은행 등 금융권의 두바이 관련 대출과 유가증권 투자,지급보증 등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2억210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권 해외 자산의 0.4% 수준이다. 이 중 두바이에 대한 익스포저는 8800만달러,두바이월드에 대한 익스포저는 3200만달러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