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고 교장들 공청회 도중 집단퇴장

개편안에 거센 반발…내달 1일 성명서 발표
학부모·동창회 연계 움직임도
학생수를 줄이거나 국제고 자율형사립고 등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외국어고등하교 개편안이 발표되자 전국 외고 교장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하는 등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학부모나 동창회 등과 연계해 개편안에 대한 실력 저지에 나서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전국 30개 외고 교장으로 구성된 전국외국어고등학교 교장협의회는 12월1일 서울 이화외고에서 긴급총회를 열고 교육당국의 외고 체제 개편에 대해 반대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하기로 했다.

◆공청회,집단퇴장으로 파행교육과학기술부가 27일 오후 동국대 중강당에서 개최한 '특수목적고등학교 제도개선을 위한 공청회'에는 참석한 약 20명의 외고 교장들이 집단퇴장했다.

이들은 교과부 연구용역을 받은 동국대 연구팀의 개선안에 대한 발제가 끝나고 토론회가 열리기 직전 집단퇴장을 선언했다. 외고 교장들은 "편파적인 공청회를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외고 교장협의회 회장인 고양외고 강성화 교장은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구진뿐 아니라 공청회 토론자들마저 편파적으로 구성됐다. 더는 공청회를 지켜볼 이유가 없다"며 공정성을 문제로 삼았다. 강 교장은 "외고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연구팀이 외고의 상황을 알아보고자 기울인 노력은 '외고 교장들과의 1시간에 걸친 토론회' 정도였다. 현실성이 없는 안이다"라고 반발했다. 그는 또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인사들을 보더라도 대부분 외고를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다. 너무 편파적으로 구성된 공청회를 우리는 인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고 교장들,학부모 · 동문회와 연계

외고로 존속하려면 현재의 4분의 1 수준으로 학생수를 줄여야 한다는 교과부 안에 대해 외고 교장들은 "현실을 모르는 제안"이라고 반박했다. 대원외고 최원호 교장은 "우리나라에 미니학교 성공 사례가 있느냐"며 "무조건 숫자만 줄이면 교육이 잘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교장은 "특히 교과부 안대로 학급 수 및 학생 수를 줄이면 서울에서만 180명,전국적으로 500여명 정도의 잉여 교사가 발생한다"며 "학생 수 감소로 인한 재정 결손 문제와 교사 해고권이 없는 사립학교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일외고 남호법 교장은 "재정 결손은 결국 재단전입금 또는 등록금 인상으로밖에 해결할 수 없는데 재단에서 돈을 주지 않는 이상 등록금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명덕외고 맹강렬 교장도 "무조건적인 인원 수 제한은 오히려 귀족학교를 양성하자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이화외고 한현수 교장은 "교과부 안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외고 전환의 방향이 결국 국제고'를 암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국제고는 아직 그 성과를 검증하기에는 이르며 확실(외고)이 미확실(국제고)을 따르는 모험을 해야 하냐"고 반박했다. 맹강렬 교장은 "현재 자율형사립고의 설립 · 운영 요건인 재단전입금 5%를 충족할 수 있는 외고는 단 1곳에 불과하다"며 "이 역시 무리한 것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고 교장들은 "교장단 차원을 넘어 총체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외고교장단협의회 강성화 회장은 "교과부가 제시한 개선안을 도저히 받아 들일 수 없다"며 "여기까지 온 이상 외고 교장단 차원의 대응을 넘어 전직 외고 교장단,학부모회,동창회 등과 연계해 총체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외고 동창회도 조직적인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원외고 동창회 홈페이지에는 "정부나 여당 측에서 '외고 폐지'의 수순을 밟게 된다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반발하는 글이 올라와 있다.

김일규/정태웅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