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찾아 떠나는 타히티] 정열과 환희, 사랑의 3원색…고갱이 색칠했나?


35세의 파리지엥이 문득 모든 것을 버리고 타히티행 비행기에 오른다. 그가 얻고자 했던 것은 단 두 가지.예술과 타히티 풍경이었다. 그에게 타히티는 원초적 감성을 자극하는 예술의 근원지였다. 그는 타히티 원주민의 건강한 인간성과 열대의 밝고 강렬한 색감을 통해 자신의 예술을 완성시켜 나갔다. 중년의 나이에 자신이 이루어 놓은 모든 것을 버리고 타히티로 떠난 이 남자.바로 후기 인상파의 한 획을 그은 화가 고갱이다.

#순수한 낭만의 섬 타히티고갱의 원색적인 그림과 같은 섬인 타히티는 타히티 누이와 티히티 이티, 두 섬이 붙어서 이뤄진 표주박 모양의 섬이다. 누이는 '크다'라는 뜻으로 파페에테가 있는 중심 섬이다. 둘레 120㎞로 자동차로 돌면 채 2시간이 안 걸린다. '작다'는 뜻의 이티섬은 아직 길 포장도 안 돼 있을 정도로 개발이 덜된 섬이다.

파페에테에서 20여분을 자동차로 달리면 쿡 선장이 타히티섬을 발견한 지점으로 유명한 '비너스 곶'이 나온다. 타히티인들은 침략을 당했다고 생각해 '비극의 곶'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타히티 주민들의 주말 나들이 명소이기도 한 이곳은 해변의 검은 모래가 특징이다.

마르세 전통시장은 타히티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곳.아침에는 야채나 과일을 실은 트럭으로 붐비고,저녁에는 쇼핑객들로 넘친다. 1층에는 각종 농수산물이,2층에는 수공예품 상점들이 자리하고 있다. 코코넛 가루를 넣어 만든 도넛인 '피리피리'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타히티 이티에 있는 고갱박물관도 필수코스다. 고갱의 작품 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세 개의 전시실에 고갱 작품의 복사본이 전시돼 있다. 제1 전시실에는 고갱의 일생을 알기 쉽게 설명해 놓았다. 제2 전시실에는 고갱이 죽을 때까지 살던 히바오아섬 아투오나의 마지막 집 겸 아틀리에를 재현해 놓았다. 제3 전시실에는 일본 그림에서 영감을 얻거나 영향을 받은 고갱의 그림들이 비교 전시돼 있다. #신이 내린 선물,모레아와 보라보라


타히티섬에서 당일치기 나들이가 가능한 모레아섬은 워런 비티와 아네트 베닝 주연의 영화 '러브 어페어'의 촬영지로 잘 알려져 있다. 하늘에 주홍색 물감을 확 끼얹은 듯 피빛으로 타오르는 노을풍경이 일품이다. 섬 서쪽에 있는 티키마을에 들러야 한다. 모레아의 민속촌 격으로 타히티의 전통 민속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공연이 시작되면 남녀 무용수들이 일렬로 서서 무대에 오른다. 독특한 문양을 그려 넣은 원통형의 모자를 쓰고 무궁화나무 속껍질을 벗겨 만든 치마와 코코넛 껍질로 만든 가슴가리개를 착용한 차림의 여자 무용수들은 부드러우면서도 격렬한 몸동작을 한다. 꽃,나비,동물,독특한 문양 등의 문신을 한 남자무용수는 강한 모습과 용맹스러움을 강조한 춤동작을 선보인다.

보라보라는 타히티섬에서 북서 쪽으로 260㎞ 떨어져 있다. 열대어가 노니는 투명한 바다풍경이 한장의 그림 엽서를 보는 것 같다. 프렌치 폴리네시아 섬들 중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꼽힌다. 보라보라의 선착장인 바이타페에서 20분쯤 떨어진 바다에 천연 수족관인 라구나리움이 있다. 상어 먹이주기 체험을 하며 투명한 바다를 즐길 수 있다. 가이드가 카누를 산호초에 고정시키면 스노클링 장비를 착용하고 바다에 뛰어든다. 미끼를 손에 쥐고 흔들면 물밑에서 무언가가 나타난다. 주인공은 작은 관상용 상어,거북,가오리 등으로 헤엄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 여행 TIP타히티는 남태평양의 프렌치 폴리네시아에서 가장 큰 섬이다. 수도인 파페에테가 위치한 타히티 섬을 중심으로 118개의 섬이 흩어져 있다. 인구는 26만명.타히티에 17만명,모레아에 1만5000명,보라보라에 8600명이 산다. 건기와 우기로 나뉜다. 4~10월이 시원하고 건조하다. 11월~다음 해 3월까진 다소 후텁지근하며 스콜이 잦다. 한국보다 19시간 늦다. 통화 단위는 프렌치 퍼시픽프랑.1000퍼시픽프랑에 1만4000원 내외.무비자로 30일간 여행할 수 있다.

인천~타히티 직항편은 없다. 일본 도쿄에서 주2회 출발하는 타히티누이항공을 타면 된다. 토ㆍ월요일 출발이 가능하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를 경유해 파페에테로 들어갈 수도 있다. 도쿄에서 파페에테까지 11시간 걸린다. 파페에테에서 모레아까지 30분 간격으로 경비행기가 뜬다. 페리를 이용할 수도 있다. 보라보라는 파페에테에서 비행기로 45분가량 걸린다. 에어타히티누이 한국사무소 (02)752-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