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엔터테인먼트 허브 꿈꾸는 부산

"지스타요? 모르면 부산 사람 아닙니다. " 지난 26일부터 나흘간 일정으로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게임전시회 '지스타 2009' 취재를 위해 이동하던 중 만난 택시 기사의 말이다. 그도 그럴 법했다. 그의 말처럼 부산시내 도로 곳곳에는 온통 지스타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부산 전체가 '게임 축제 도시'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던 지스타가 부산에 와서 확실히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열릴 때만 해도 동네 주민들조차 잘 모르는 지스타였지만 올해는 택시 기사,식당 주인,동네 꼬마까지 다 아는 행사로 입소문을 확실하게 탔다. 김형오 국회의장과 유인촌 문화부 장관도 나란히 개막식에 참석해 분위기를 띄웠다. 해외 손님들도 구색을 맞췄다. 독일에서는 1,2위 게임업체가 모두 부스를 차리는 등 16개사가 지스타에 참가했다. 국내 업체 102개와 맞먹는 96개의 해외 업체들이 지스타에 왔다. 세계 최대 게임회사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2'를 들고 왔고 러시아와 노르웨이의 최대 게임사가 지스타에 입성했다.

지스타의 이런 달라진 모습에는 부산시의 적극적인 노력이 한 몫을 했다. 허남식 부산시장이 직접 나서 지스타 홍보를 독려하는가 하면 지하철역 곳곳에 포스터를 붙이고 거리엔 2주 전부터 개막을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지스타 조직위원회는 부산시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부스 개설 비용을 지난해의 50%까지 할인하고 부스당 인터넷 1회선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등 혜택을 줬다. 지스타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10월 부산영화제와 지스타를 엮어 부산을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축제 도시로 만들겠다는 방안이 부산시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시의 이런 노력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스타 관람객은 당초 예상(20만명)을 훨씬 웃도는 24만여명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내년에도 부산에서 개최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조직위 측은 "문화부에서 결정할 일"이라면서도 안팎의 긍정적인 평가를 내심 반기고 있다. 게임과 영화를 잇는 '엔터테인먼트 허브'를 지향하는 부산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

임원기 부산=산업부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