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먹는물 기준 '성숙한 합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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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채한여름 나그네의 목을 시원하게 적셔주던 우물물,아낙들이 찬거리를 깔끔히 씻어주던 깨끗한 시냇물은 이제는 그리움이 된 조상들의 모습 속에 기억돼 있다. 현대를 사는 우리 역시 맑고 깨끗한 물에 대한 기대는 우리 조상 못지않을 것이나,현실은 기대와 다른 것 같다. 인구가 늘어나고 다소비 산업사회가 되면서 수질과 수량을 모두 만족하는 물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졌다. 따라서 좋은 물을 만들기 위한 정수 처리가 불가피해졌다.
정수 처리는 물속에 존재하는 유해 미생물에 의한 질병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개발됐다. 정수 처리 과정 중 때로는 원치 않는 물질들이 만들어져 안전한 물을 원하는 시민들에게 걱정을 끼치는 경우도 곧잘 발생한다. 최근 먹는샘물에서 브롬산염이 검출돼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다. 브롬산염은 암석 등에서 자연적으로 녹아 나오는 브롬이온(Br-)이 물에 있다가 오존을 이용해 고도정수를 할 때 생성된다. 브롬산염은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암 가능물질(2B)로 분류하고 있다. 지난 9월 정부에서는 오존 처리를 거친 먹는샘물에 대한 브롬산염 기준(0.01㎎/ℓ)을 정한 바 있다. 이 기준은 체중 50㎏의 사람이 매일 2ℓ의 물을 70년간 마실 때 암 발병률이 10만분의 1만큼 증가하는 수준이다.
물은 개인이 싫으면 마시지 않을 수 있는 게 아니므로,먹는물로 인한 건강 영향 우려가 있다면 미미하더라도 신중하게 고려돼야 한다. 발암 가능성이 없는 안전한 물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이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이런 목표가 우리의 기술 수준으로 불가능하거나 이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막대해 현실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산업의 급속한 팽창으로 유해물질이 전혀 함유돼 있지 않은 '완벽한 먹는물'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하지만 모든 유해물질의 완전한 제거는 어렵지만 동시에 안전한 먹는물 확보를 위한 엄정한 고려도 필요하다.
정부는 브롬산염뿐만 아니라 신규 미량 유해물질에 대한 감시 기준을 설정하고 처리 기술을 개발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정부와 시민들은 먹는물 안전성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사실을 공유하고 이를 토대로 유해물질의 안전성에 대해 성숙하고 냉철한 성찰로 합의를 이루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