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역도

그녀는 예뻤다. 1차에 실패한 용상 3차 시기에서 세계 신기록을 달성하는 순간 터뜨린 함박웃음,바벨을 내려놓은 뒤 올린 기도,시상대에서 떨군 눈물,메달을 입에 문 순진한 표정.'2009 고양 세계역도선수권대회' 2관왕 장미란의 모습은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게 없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던 세계 역도선수권대회가 끝났다. 공중파TV의 중계는 역도는 물론 기록경기에 대해 새삼 많은 걸 배우고 깨닫게 했다. 한국은 용상,중국은 인상에 강하다는 것,한국선수의 국내 경기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것,챔피언은 외롭고 힘들다는 것 등.사재혁 김선종 장미란 선수의 금메달은 모두 용상에서 얻은 것이다. 이유는 훈련방법,체형,자세 차이도 있고 심리적인 것도 작용한다고 한다. 우리 선수들은 용상 중심의 러시아식 프로그램으로 훈련하는데다 몸이 앞뒤로 두껍고 발을 나란히 하는데 이런 요소들이 인상에 불리하다는 것이다.

이번 대회는 또 역도의 묘미에 눈뜨게 했다. 역도는 기록경기지만 수영이나 달리기와 달리 혼자 하는 게임이다. 자신과의 싸움이 그만큼 더 치열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순식간에 모든 게 끝난다. 고도의 기술과 집중력이 필요한 건 물론 시기별 무게 조절 등 작전도 중요하다.

선수들의 표정은 기간 내내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다. 플랫홈에 들어올 때엔 한결같이 결의에 찬 표정을 보이지만 내려갈 땐 천차만별이다. 호흡을 조절한 뒤 들어올릴 때 입을 꽉 다무는 사람과 벌리는 사람이 있다. 무게를 견디느라 온몸의 힘줄은 다 드러나고 볼은 터질 것같다. 길고 긴 훈련의 보답을 받기도 하고 못받기도 한다. 최선을 다했지만 더 잘하는 사람이 나타나는 수도 있다. 실패했을 때의 아쉬움과 절망감은 말로 다하기 어려울 것이다. 역도엔 역전의 기회가 거의 없다. 뒤로 처졌다가도 앞으로 나갈 수 있는 달리기와 달리 못들면 그만이다.

허망함이 어느 정도일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내려앉는다.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자는 나타나고 그러다 보면 넘어서야 할 상대는 늘어난다. 그러나 선수 자신은 알 것이다. 바를 잡는 순간 들어올릴 수 있을지 없을지.집중력과 의지도 훈련에 의해 강화된다고 한다. 무조건 잘하겠다는 마음만 갖고 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사는 것도 다르지 않다. 메달은 막연한 희망이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아니라 꾸준한 노력과 훈련의 결과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