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공급주도' 두바이 사태의 교훈

아라비안나이트의 알리바바처럼 신출귀몰한 개발신화를 창조해 오던 두바이가 위기에 빠졌다. 최대 국영지주회사인 두바이월드가 채무상환유예를 전격 요청했다. 지난해부터 언급되던 두바이의 자금 위기설이 현실로 나타났다. 작은 나라에서 발생한,그리고 불과 수백억달러의 부채문제가 국내는 물론 세계 경제에 적지 않은 충격을 던지고 있다. 최고조 성장을 달리던 두바이의 위기가 국제경제와 투자자에게 '심리적' 충격을 준 것이다. 최근 언급되는 '출구전략'이 아직 시기상조임을 방증하기도 한다. 두바이의 '몰락'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격은 다르지만 두바이와 한국 모두 대외의존형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두바이 금융위기의 가장 큰 배경은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시작된 국제금융위기다. 두바이의 성장은 자체 오일머니 덕이 아니다. 두바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3% 이하다. 외부로부터의 투자에 의존한 성장전략을 추진한 것이었다. 9 · 11 테러 이후 서방의 금융제재를 우려한 아랍의 오일머니가 두바이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아랍권 오일머니가 집중 투자된 미국에서 시작된 국제금융위기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것이다. 막대한 차관을 들여 추진되던 공사의 대금 및 이자 상환이 불가능해진 것이 두바이 위기의 본질이다. 두바이 성장전략은 외부로부터 마련된 자금을 이용한 공급주도형 모델이다.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려는 노력보다는 우선 공급에 중점을 두고 추진하면서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문제는 이 공급이 지나치게 부동산 개발에 편향되면서,거품 붕괴라는 큰 위기에 맞닥뜨리고 있는 것이다. 두바이는 자국 GDP의 5배에 가까운 3000억달러에 달하는 개발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했다. 사막 속 스키장,7성급 초호화 호텔,세계 최고층 빌딩,세계최대 인공섬 등을 건설했다. 또 세계 최대의 수중호텔,놀이동산,연간 1억명을 소화하는 세계 최대 공항 등도 진행하고 있었다.

두바이 위기의 또 다른 원인은 국가주도형 성장전략의 한계다. 이번 금융위기의 폭풍의 눈인 두바이월드 등 대부분 기업은 국가, 즉 왕족이 최대주주인 사실상 국영기업이다. 경제개발의 주체가 정부 혹은 왕족인 것이다. 셰이크 모하메드는 두바이 정치 지도자인 동시에 두바이 주요기업의 사실상 CEO였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강력한 추진력을 가질 수 있지만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다. 상당수 대규모 프로젝트는 지도자의 '꿈'이 녹아있는 개발독재의 산물이었다.

그렇다고 두바이 성장모델이 부정적인 결과만 가져온 것은 아니다. 물류,무역,정보기술,의료,미디어,레저,관광 등 분야에서는 이미 중동의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다른 중동 국가도 두바이를 벤치마킹하는데 적극적이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 최고 종합허브를 향해 대형 프로젝트를 무모하게 추진하면서 파탄위기에 처한 것이다. 문제는 실물에 근거한 시장판단과 외부환경 변화에 따른 리스크 관리가 적절치 않았던 점이다. 두바이 사태는 국가,기업 그리고 개인 모두에게 따끔한 충고를 던진다. 특정 성장전략을 강조하는 국가의 지나친 개입은 산업의 다변화를 약화시킨다. 부동산과 서비스업의 발전에 집중한 두바이의 예가 그렇다. 더불어 해외수출에 의존한 우리의 대외의존형 경제구조에도 보다 다변화된 성장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기업도 보다 다변화된 진출 전략을 꾀해야 한다. 제한된 상품과 수주분야를 일부 지역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시장 및 제품 개발에 힘써야 한다. 개인투자자들도 두바이의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된다. 올인보다는 분산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가질 필요가 있다.

서정민 <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