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는 서민 확 줄고…전세자금 대출만 북적

국민주택기금 대출 분석
'주택구입용' 정부 목표치 16% 불과
내 집이나 전셋집을 장만하려는 무주택자들이 싼 이자로 빌릴 수 있는 국민주택기금 가운데 올해 전세자금과 주택구입자금 대출 실적이 극명하게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요약하면 전세자금 대출은 급증한 반면 주택 구입 자금은 실적이 저조했다.

1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월 말까지 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 대출 실적은 모두 3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정부가 당초 잡아놓았던 올해 대출한도(4조1000억원)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다. 국민주택기금은 우리 · 하나 · 기업 · 신한은행과 농협에서 대출받을 수 있으며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싼 편이다. 유형별로는 근로자 · 서민전세자금이 2조9000억원,저소득 전세자금이 1조원 각각 대출됐다. 세대당 평균 이용 예상액을 감안하면 대출 이용자만 14만여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근로자 · 서민 전세자금은 연소득 3000만원 이하 무주택자가 전세보증금의 70% 이내에서 최대 6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금리는 연 4.5%로 2년 내 일시상환 조건이지만 두 번에 걸쳐 대출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또 저소득 전세자금은 지자체의 추천을 받은 세입자가 연 2%로 빌릴 수 있으며 15년 분할상환 조건이다.

반면 근로자 · 서민 주택구입자금 대출은 이용자가 크게 줄었다. 지난 10월까지 대출 실적이 5000억원에 그쳐 정부 목표치(3조원)의 16%가 집행되는 데 그쳤다. 호당 평균 예상액(4400만원)으로 보면 이용자가 1만1000여명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대출 실적 1조7000억원에 비해서도 30%를 밑도는 수준이다. 주택구입자금 대출은 부부합산 연소득 200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가 3억원 이하 · 전용 85㎡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 1억원(3자녀 이상은 1억5000만원) 범위 안에서 빌릴 수 있다. 1년 거치 19년 상환 또는 3년거치 17년 상환조건을 기준으로 금리는 연 5.2%다. 구입 주택은 기존 주택이든 신규 분양 주택이든 상관없다.

이처럼 전세자금과 주택구입자금 대출 격차가 큰 것은 작년 말 시작된 금융위기로 경기가 위축되면서 무주택 서민들이 집 장만을 포기한 채 대거 전세로 돌아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금자리주택 대기수요가 늘어난 것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전세자금 대출이 연말까지 당초 운용 목표치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 최근 대출운용액을 종전보다 8300억원 늘어난 총 4조9900억원으로 늘렸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