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만에 쫓겨난 GM 헨더슨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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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와 구조조정 갈등프리츠 헨더슨 제너럴모터스(GM) 최고경영자(CEO)가 이사회와 갈등을 빚은 끝에 취임 8개월 만에 전격 사임했다. 정부 구제금융을 통해 새로 출범한 GM의 CEO가 회사 정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물러남에 따라 앞으로 일어날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펠 매각 철회로 폭발
후임은 외부 영입 가능성
에드워드 휘태커 GM 회장은 1일 디트로이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헨더슨 CEO의 사임 사실을 발표했다. 휘태커 회장은 "헨더슨 CEO의 리더십 덕분에 양질의 차를 공급하는 등 GM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한 뒤 "GM이 정상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개혁을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서 휘태커 회장은 헨더슨 CEO의 구체적인 사임 이유를 밝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별도의 질문도 받지 않았다. AP통신은 헨더슨 CEO가 로스앤젤레스 모터쇼 개막 연설 직전에 회사를 떠나기로 한 것은 이사회와의 갈등 때문이라고 헨더슨 측근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사회는 회사 개혁 속도가 지나치게 느리다고 지적한 데 반해 헨더슨은 이사회가 사사건건 경영행위에 대한 사후 비판을 통해 경영 발목을 잡는다고 분개했다는 것이다. 특히 헨더슨이 GM의 유럽법인인 오펠을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마그나에 매각하려는 계획을 이사회가 무산시키면서 양측 간 갈등은 극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GM이 정부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아 새로 출범할 때부터 독립적으로 회사를 경영하길 강력하게 원했던 헨더슨 CEO는 이사회와 정부의 경영 간섭이 이어지자 상당한 좌절감을 느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반면 GM 이사회는 25년 동안 GM에 몸담아온 헨더슨 CEO가 회사의 체질을 단시일 내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헨더슨은 GM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요직을 거쳤다. 이사회를 이끌고 있는 휘태커 회장은 줄곧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것을 강하게 요구해왔다. 하지만 GM의 11월 판매는 작년 같은 달보다 2% 감소하는 등 판매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딘 실정이다. GM 이사회 멤버는 휘태커 회장과 헨더슨 CEO를 포함해 총 13명이다. 대니얼 애커슨,데이비드 본더먼,에롤 데이비스,스티븐 거스키,네빌 이스델,로버트 크렙스,켄트 크레사,필립 라스카위,캐스린 마리넬로,퍼트리샤 루소,캐럴 스티븐슨 등으로 대부분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GM의 브랜드 매각 등 지지부진한 구조조정도 이사회 불만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새턴' 매각 협상은 펜스키 자동차그룹과 협상이 무산돼 결국 지난 9월 공장 문을 닫았다. '사브' 브랜드 역시 스웨덴 쾨닉세그와 협상을 중단하는 등 GM 전체 구조조정 계획이 순조롭게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헨더슨은 지난 3월 정부의 압력으로 물러난 릭 왜고너 CEO에게서 경영 바통을 넘겨받은 뒤 '시보레' '캐딜락' '뷰익' 'GMC' 등 4개 브랜드만 남기고 '오펠' '새턴' '사브' '허머' 등의 브랜드들은 매각하거나 청산할 계획이었다. GM 측은 앞으로 수개월간 새 CEO를 선임할 때까지 휘태커 회장이 임시로 경영권을 대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GM과 연고가 없는 사람이 영입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전적으로 이사회에서 이뤄진 것이며 정부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GM이 사실상 국유화된 까닭에 백악관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음을 감안한 것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