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 7일째 '사상 최장'…산업계 물류대란 현실화

광양항 컨테이너 수송 차질·시멘트 공장가동률 '뚝'
노조 복귀율 60%로 늘어 연말 파업 자성론 확산
철도노조 파업이 사상 최장인 7일째로 접어들면서 기업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시멘트 철강 등 원자재 수송률이 떨어지고 일부 기업의 공장 가동률이 급격히 낮아지는 등 물류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운송 수단을 트럭으로 바꾼 업체들은 50% 이상 늘어난 수송비 부담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정부와 코레일은 산업계 피해 최소화를 위해 화물열차 운행을 76회로 늘렸지만 공장에 쌓인 시멘트와 제품을 실어나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파업 철도노조원의 업무 복귀율이 60%로 높아져 연말 파업에 대한 자성론이 노조 내부에서 확산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멘트 공장,다음 주 가동 중단

시멘트 업계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철도파업이 다음 주까지 이어지면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위기상황에 처했다. 라파즈한라시멘트 관계자는 "3분기 원가 절감 등으로 간신히 회복 중인데 난데 없이 철도파업 악재를 만났다"며 "파업이 계속되면 4개의 소송로(시멘트 생산가마) 중 1개를 멈춰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철도 대신 육로와 바닷길로 운송 물량을 분산한 업체들은 늘어난 운송비에 시달리고 있다. 벌크 트럭으로 제품을 나르려 해도 화물연대가 철도파업 대체물량 운송을 거부키로 결정해 차량 확보도 쉽지 않다. 한일시멘트 관계자는 "대체 운송 수단을 찾기 어려워 하루 출하량을 2만3000t에서 1만7000t으로 26% 줄였다"며 "철도 운송에 비해 육운 해운은 비용도 50% 이상 비싸 타격이 크다"고 우려했다.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 인근의 현대 성신 한일 아세아 등 4개 시멘트 공장은 전날 원료 재고가 소진돼 공장 문을 닫은 상태다.

일부 중소기업도 조업 차질이 현실화하고 있다. 인천주물공단의 한 업체 사장은 "현재 선철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며 "선철은 운송량도 많고 안전상 문제 등으로 육송 운송이 여의치 않아 철도파업이 장기화하면 공단 전체가 공장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공단의 선철 수요량은 하루 평균 200여t에 달한다.

◆화물열차 늘려도 역부족코레일은 시멘트 물류 숨통을 터주기 위해 시멘트 운송열차를 4회 추가했다. 하지만 경기도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 인근의 시멘트 공장 주위는 멈춰선 화물열차 외에 오가는 차량 없이 한산했다.

강원도 삼척,충북 제천 단양 등지의 본공장에서 생산한 시멘트를 수도권에 공급하는 의왕기지 인근 7개 시멘트 공장의 재고도 거의 바닥났다. 동양 쌍용 한라 등 3개 시멘트 공장도 마지막 남은 하루치 재고 1만5000t을 대부분 출하했다. 이에 따라 동양시멘트는 3일부터 삼척 본사 공장에서 화물차로 수도권으로 직접 운송하거나 인천 공장에서 의왕으로 시멘트를 가져와 거래처에 공급해야 하는 처지다. 윤형린 동양시멘트 의왕사업소장은 "하루 화물열차가 40량(1량은 52t)씩 들어와야 하는데 지난달 28일부터 한 대도 안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철도파업은 항만 운송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12%를 철도로 운송하는 광양항의 경우 화물열차 12회 운행으로 평소 5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처리해 왔으나 현재는 4회 운행으로 160TEU밖에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끝 간데 없는 파업

철도노조는 이날 허준영 사장 등 코레일 간부 65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가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정 대처 방침을 밝히자 맞대응에 나선 셈이다. 하지만 노조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산업계와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서울역에서 만난 회사원 박모씨(44)는 "다원화 사회에서 자기 주장을 펼 수 있지만 본연의 책무를 망각한 철도노조의 모습은 한심해 보인다" 고 말했다.

김동민/박민제/김병일/손성태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