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농산물 품평회] "농산물 프랜차이즈 500개 육성…'작지만 강한' 농가 키울 것"

이덕수 농협 농업경제 대표
"지금 우리 농업은 쌀 농사 중심의 소농(小農) 형태가 대부분입니다. 앞으로 고품질의 유기농 제품을 생산하는 강소(强小)농을 집중 육성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

이덕수 농협중앙회 농업경제 대표이사(57 · 사진)는 4일 양재동 친환경농산물품평회 행사장에서 "한 · EU 자유무역협정(FTA),일본 · 중국과의 FTA 추진 등 우리 농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농협의 농업경제 부문은 전국 지역농협에 속한 244만 농업인이 생산하는 농산물의 유통 · 판매를 총괄하고 있는 조직이다. 사령탑을 맡고 있는 이 대표는 우리 농업이 처한 상황이 결코 녹록지 않다고 지적했다. 농업시장 개방이 가속화되는 데다 소비자들의 니즈(needs)변화,농업인구 고령화 등 각종 여건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런 상황을 넘어설 돌파구로 강소농업 육성을 강조했다.

그는 "작지만 강한 군대가 대군을 교란하듯이 미국 등 대농화 · 전문화된 농업국과 경쟁하기 위해선 고품질 친환경 농산물 중심의 생산구조를 갖춰야 한다"며 "이는 저탄소 · 녹색성장이란 트렌드 확산에 맞춰 필수조건이 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소농업을 위해 일본의 '기적의 사과'와 같은 스타 농산물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적의 사과'는 일본의 기무라 아키노리라는 농민이 농약과 비료 없이 키운 사과로 친환경 · 유기농 농업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 대표는 "일본 농민이 10년간의 노력 끝에 유기농 사과로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듯이 우리에게도 충분히 스타성을 갖춘 농산물이 많다"며 "그러나 지금까지는 우수 농산물이 있어도 홍보와 판매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농협은 이에 따라 친환경농산물 품평회를 '스타 농산물' 발굴의 장(場)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올해 품평회 참가범위를 지역농협,생산자단체 등으로 확대한 데 이어 앞으로는 해외 농산물 바이어를 심사위원으로 초빙해 우수 농산물 홍보 및 판매망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역대 품평회에서 상을 받은 흑미와인,유기농녹차,브로콜리분말 등이 시중에서 인기리에 팔리는 등 국내 친환경 · 유기농 농산물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이를 기반으로 해외시장 개척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친환경농산물 육성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유통망 강화에 주력하겠다는 전략도 내놨다. 이를 위해 농림수산식품부와 공동으로 쌀,채소,과일 등 각 품목별 대표조직을 만들어 농업생산의 규모화를 추진하고 전국 권역별(중부,영남,호남)로 도매물류센터를 지을 계획이다. 또 도시지역에서 질 좋은 친환경 농산물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총각네 야채가게'와 같은 프랜차이즈 사업도 시작하기로 했다. 그는 "2015년까지 농협중앙회 산하에 생활밀착형 소형 프랜차이즈 500곳을 신설할 것"이라며 "계획대로 된다면 1조원 규모의 농산물을 팔 수 있고 결과적으로 농가 소득 증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