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아침] 백인과 흑인의 양지와 응달

미국 노동부가 지난 4일 11월 실업률을 발표했습니다.전체 실업률이 호전됐으나 인종 간 실업률 격차는 심각합니다.

11월 전체 실업률은 10.0%로 10월의 10.2%보다 낮아졌습니다.하지만 인종별 실업률을 비교해 보면 흑인들이 15.6%로 가장 높았습니다.이에 비해 히스패닉계는 12.7%,백인 9.3%,아시아계가 7.3%였습니다.특히 흑인과 백인의 실업률 격차는 6.3%포인트에 이릅니다.지난 10월의 6.2%포인트보다 높아졌습니다.흑백 간 격차가 가장 낮았던 2007년 8월의 3.5%포인트보다는 약 두배 차이로 벌어졌습니다. 이런 흑백 간 실업률 격차는 주택시장 부진과 고용시장내 흑백 인종 차별주의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주택시장 거품이 꺼지면서 주택압류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데 흑인들의 피해가 큽니다.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해 압류된 주택 가운데 약 50%가 흑인들이 소유했던 주택이라고 맥사인 워터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지적했습니다.

다시 말해 미국 정부가 아무리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흑인들에게 제공해도 살던 집이 압류당할 경우 도로아미 타불이라는 것입니다.이 때문에 정부가 인종별로 타깃을 정해 실업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고용시장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는 인종차별주의도 흑백 간 실업률 격차를 쉽게 줄이지 못하는 문제로 지적됩니다.대졸 백인들의 실업률은 4.3%인 반면 대졸 흑인들의 실업률은 5.8%로 높습니다.두 인종 사이의 고졸 실업률 격차는 더욱 심합니다.백인은 9.1%이지만 흑인은 15%에 달합니다.그 만큼 흑인들의 고용시장 접근이 쉽지 않습니다.버락 오바마 첫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으나 고용시장내 인종차별주의는 극복되지 않고 있는 셈이라고 CNN은 보도했습니다. 백악관과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인종 간 고용 격차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실업률을 해소하기 위해 재원 마련에 골몰하고 있습니다.집중적으로 검토되는 것은 금융권 구제금융을 활용하는 방안인데요.기존에 책정된 총 7000억달러 중 아직 집행되지 않은 1390억달러에서 700억달러 이상의 실업 구제 재원을 마련하자는 것입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관련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확인했습니다.당초 이 방안을 꺼리던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찬성하는 쪽으로 돌아선 분위기입니다.의회 쪽에서는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나서 법안 마련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구제금융은 부실 금융권 지원에만 사용되도록 법에 규정된 탓에 전용하려면 새로운 입법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공화당이 미 집행분을 재정적자를 감축하자는데 사용하자고 주장해 입법이 그리 간단치는 않을 것 같습니다.공화당 의원들은 올회계연도(2008년 10월∼2009년 9월)의 재정적자가 1조4200억달러로 사상 최대인데 또 지출을 하느냐면서 반발하고 있습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