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신사업 진출때 대주주 요건 완화

자본시장법 개정안 국회소위 통과
증권사나 자산운용사가 새 사업에 진출할 때 갖춰야 하는 대주주 자격 요건이 크게 완화된다. 지금까지는 대주주가 벌금 1원만 물어도 허가를 받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5억원 미만은 문제삼지 않는 방안이 추진된다.

13일 금융위원회와 국회에 따르면 지난 주말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의결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해 금융투자업 변경인가 시 대주주 요건을 완화키로 했다. 개정안은 여야 합의로 소위를 통과한 만큼 이달 중 국회 의결을 거쳐 내년 4월께 시행될 전망이다. 지금은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등이 최근 5년 이내에 조세 · 금융 관련법이나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벌금형을 받거나,부채비율이 200%를 넘을 경우 업무 추가나 신규 사업 진출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법안 개정에 관여한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실 관계자는 "아버지(대주주)의 작은 잘못에 대해 아들(금융회사)의 손발을 묶는 현 규정은 '금융판 연좌제'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과도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SK증권의 경우 대주주인 SK네트웍스가 교복사업을 하다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벌금 4000만원을 낸 전력 때문에 업무 확장이 막혀 있다. 삼성 한화 현대 동양종금 동부 하이투자 키움증권 등도 비슷한 사정이다.

대주주 요건 완화의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대통령령으로 정할 예정이지만 벌금의 경우 5억원 미만은 문제삼지 않는 방안이 유력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금은 변경인가 시에도 신설 때와 같은 엄격한 잣대로 대주주를 심사하지만 이를 '업무 유지 요건' 수준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지 요건에서는 벌금 5억원 이상을 결격 사유로 정하고 심사 대상도 대주주(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포함)에서 최대주주 1인으로 제한돼 있다. 또 200% 이하를 요구하는 법인 대주주의 부채비율 요건도 폐지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이처럼 대주주의 자격 요건이 크게 완화되는 대신 금융투자업자 본인(법인)의 요건은 강화된다. 지금은 본인 요건 관련 조항이 없어 인가권자인 금융당국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왔지만 앞으로는 '건전한 재무상태와 사회적 신용 요건'을 갖추도록 구체적인 내용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고객 보호를 소홀히 해 제재를 받을 경우 새 사업 진출이 어려워진다.

백광엽/이준혁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