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KDS, 알짜 子회사 HBE 합병할까?

LCD 모니터와 TV를 주로 만드는 KDS가 오랜 적자의 늪에서 빠져 나올 채비를 하고 있다. 이 회사가 최근 지분을 인수한 자유단조 프레스 기업 HBE가 상당한 '알짜'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서다. 앞으로 지분법 평가 이익이 기대되는 것은 물론, 추후 합병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HBE "올해 영업익 100억 전망"HBE는 단조품 제조장비를 공급하는 기업이다. 조선이나 자동차, 발전소 등의 산업군에 쓰이는 기계부품은 대개 쇠를 두드려 단단하게 만든다. 내구성이 강해야 하기 때문이다.

HBE는 이런 부품을 만들때 쓰는 프레스 기계를 제조한다. 대장장이가 쇠를 두드릴때 사용하는 망치와 같은 원리의 기계다.

또 망치질을 할 때 쇳덩이를 잡아주는 집계 모양의 기계인 머니퓰레이터(manipulator)와 유압시스템, 제어시스템 등도 사업 대상이다. 이 때문에 HBE는 단조 부품을 만드는 기업에 기계를 납품하는 경우가 많다.HBE는 지난해 매출 776억원, 영업이익 39억원, 순이익 53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이근창 HBE 부사장은 "올해는 매출 900억~1100억원과 8~12%의 영업이익률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정도 실적이면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도 상당히 큰 규모다. 생산 총괄를 맡고 있는 김수철 HBE 부사장은 "국내에서는 중대형 단조 프레스를 제대로 하는 회사가 없어 비교가 불가능하고, 해외에서는 독일의 SMS, 체코의 스코다 정도가 우리보다 덩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가 최근 기대를 걸고 있는 부분은 해외 쪽이다. 아무래도 요즘 조선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해외 플랜트와 발전 부문에 전력하고 있는 것. 이런 노력은 수주잔고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6월말 기준 수주잔고 1735억원 가운데 해외 수주는 80%를 웃도는 1408억원에 이른다.

최근엔 영국의 쉐필드사(社)로부터 1만5000t급 자유단조 프레스 설비도 수주했다. 세부 설계가 끝나지 않아 최종 계약금액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최소 2300만달러(약 270억원)는 될 것으로 회사측은 보고 있다.

신규 사업이 내년에 본격화 될 것이란 점도 긍정적이다. HBE는 청정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CNG 가스의 용기(실린더) 제작을 추진중이다. 이 부사장은 "수주가 근간이 되다 보니 경기상황에 따라 실적이 휘둘릴 여지가 있다"며 "CNG 가스 실린더 사업은 기존 프레스 설비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데다 수익성도 좋아 앞으로 새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BE는 CNG 가스 용기 부문에서 사업 첫 해인 내년에 300억원 가까운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DSㆍHBE 합병 가능성 높아

KDS는 지난달 HBE의 지분 40.87%(28만1185주)를 327억원에 취득했다. 이는 KDS의 자기자본 대비 169%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KDS는 현재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작년 한해만 328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도 3분기까지 누적 손실이 60억원을 넘어선다.

대만과 중국의 저가 LCD 제품에 밀리고, 고가 시장에선 삼성이나 LG 등 대기업에 치여 사업을 하기가 사실상 힘들기 때문이다. KDS의 구미공장이 3분기에 가동한 조업일수는 월평균 14일에 불과했다.

때문에 HBE의 지분 인수는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당장 지분법 평가이익이 기대된다. KDS 관계자는 "HBE의 지분법 이익을 4분기에 반영하면 올해 연간 순손실은 3억~4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합병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HBE가 감사보고서를 낸 지 2년밖에 되지 않아 당장 합병은 힘들지만, 내년 3월말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면 합병이 가능해진다. 비상장 회사가 상장사와 합병해 증시에 우회상장 하려면 최근 3년간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따라서 내년 이후 두 회사간 합병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KDS의 경영진이 일정 규모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회사를 HBE에 넘겨줄 것으로 예상된다.HBE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가능성만 갖고 논하기엔 이른 시점"이라면서도 "합병을 포함한 다양한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