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이코노미] (2) 원유…산업을 움직이는 원천, 중국·인도가 수요 블랙홀

전세계 하루 8500만배럴 소비…작년 147弗 찍고 70~80弗 거래
원유는 산업사회를 지탱하는 핵심 원자재다.

플라스틱 섬유 고무 페인트 세제 화장품 의약품 농업 등 거의 전 산업에 원료로 쓰이고 있으며 유가에 따라 세계경제가 춤을 춘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배럴당 147.27달러(서부텍사스원유 · WTI 기준)까지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을 촉발하기도 했다.

◆미 · 중이 소비의 30% 이상 차지

1850년대 조명램프용 등유 생산으로 시작된 석유산업은 '산업의 쌀'로 발전했다. 탄화수소의 화합물인 원유를 각기 다른 인화점을 이용해 정제하면 가솔린 나프타 등유 경유 벙커C유에 아스팔트까지 다양한 석유제품이 탄생한다. 1800년대 후반 독일의 다임러가 휘발유 내연기관을 발명하면서 수송기관의 연료로서 효용가치가 커졌다. 세계 원유의 소비량은 하루 8500만배럴(2008년 말 기준) 수준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12개국으로 이뤄진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최대 공급선이다. 세계 원유 확인매장량의 75.5%를 차지하고 있는 OPEC은 매일 약 3500만배럴을 생산하며 공급의 43%를 담당하고 있다. 비OPEC 회원국 중에선 러시아가 최근 생산을 늘리며 사우디아라비아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

미국과 유럽 선진국에선 경기침체로 수요 증가세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에선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윤원철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중국과 인도가 연 8~10%대의 고성장을 지속한다면 향후 5~10년간 에너지 수요는 연평균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원유 소비의 22.5%를,중국은 9.1%를 차지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7월 배럴당 147.27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찍은 이후 하락해 올해 32달러 선까지 내려왔다가 반등,현재 70~80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 배럴당 평균 190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WTI 기준가격 지위 흔들미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WTI는 원유 거래의 기준가격 역할을 한다. 미 텍사스주 서부와 뉴멕시코주 동남부에서 생산되는 저유황 경질원유인 WTI는 1980년대 초 NYMEX가 기준원유로 채택했다. WTI 하루 거래량은 약 5억배럴로 세계 하루 수요의 6배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WTI 가격이 북해산 브렌트유는 물론 중동산 두바이유보다도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는 가격역전 현상이 일어나면서 국제유가 기준가격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북해의 9개 유전에서 생산된 브렌트유는 런던 국제거래소(ICE)에서 거래되면서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생산된 원유 가격의 기준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수입하는 물량의 70%를 차지하는 두바이유는 석유전문지인 '플래츠'가 산정해 발표하는 가격을 기준으로 거래되고 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