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사고 또 샀지만 "행복하지 않아" … 당신 '부자병' 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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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역설 질 리포베츠키 지음│정미애 옮김│알마│432쪽│2만5000원프랑스 철학자 질 리포베츠키(그르노블대 교수)는 《행복의 역설》에서 "우리의 삶은 행복과 기쁨의 기호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건축물 같다"면서 인간 사회가 단순한 소비사회를 지나 '과소비 사회'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한다.
착한 소비자의 탄생 제임스 챔피 지음│박슬라 옮김│21세기북스│208쪽│만3000원
'과소비 사회'란 1880년대 이후 부르주아 중심의 대중소비사회 형성기나 세계 대전 이후의 물질적 풍요기와 다른 제3의 단계다. 1970년대 이후 사람들은 물질적 풍요를 넘어선 소비에 나섰다. 이른바 '과소비자'는 미래보다 현재,정치적 참여보다 개인의 안락함,사회 혁명보다 열정적인 여가생활에 관심과 시간과 돈을 쏟는다. 또 인생의 운용 계획을 직접 짜고 자신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개조'하려 한다. 기업들도 저가 전략을 펼치거나 소비자 반응에 적당히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혁신과 신상품으로 개인의 구매 동기를 충족시키려 애쓴다.
그러나 '행복이라는 가치를 추구할수록 행복에서 멀어지는' 역설의 시대를 맞고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생존과 필요를 넘어선 생산 · 소비,비합리적 경제 행위,왜곡된 인생 목표 설정에 따른 자원 낭비 등으로 인간과 타인,문화의 관계가 흐트러졌기 때문이다. 쾌락을 좇을수록 외로워지고 완벽을 추구할수록 허점만 늘어난다는 것.
그는 현대사회의 행복 · 기쁨에 관한 다섯 가지 모델을 신화 이미지와 엮어 설명한다. ◇페니아=소비주의 사회는 끊임없이 욕구를 자극한다. 흥분을 억제하지 못해 안달하며 불만족과 우울증에 시달린다. 지나치게 행복한 축제는 심한 결핍감을 낳는다. ◇디오니소스='지금 그리고 여기'의 욕구를 중시하는 디오니소스적 쾌락주의 시대에 개인주의적 태도와 갈망도 커진다. ◇슈퍼맨=현대사회는 경쟁력,훌륭함,유능함,적극성 등이 최고의 가치로 인정받는다. ◇네메시스=행복을 중시하는 문화가 증오심과 질투심,경쟁 심리를 더 부추긴다.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가 이를 상징한다. ◇호모 펠릭스=개인화된 대중이 쾌락에 집착하면서 자아도취 성향도 심화됐다.
하지만 "소비사회의 허점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결코 소비주의를 버리지 않을 것이며,진보를 향한 의지도 잃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전망한다. "소비주의 자체보다는 인간의 다양한 잠재력 발달을 방해하는 지나친 팽창주의가 비난의 대상이 돼야 한다. 과소비의 문어발식 질서가 다양한 삶의 수평선을 짓밟지 않도록 새롭게 균형을 잡고 정립해야 한다. " 한마디로 '소비문화를 재조정함으로써 생활 방식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 경영이론가 제임스 챔피가 쓴 《착한 소비자의 탄생》은 이보다 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그는 요즘 소비자들이 공정무역이나 유기농 생산,소비자와의 소통,사회 기부,환경운동 등 사회윤리 실천 여부를 따지며 '착한 소비'를 하고 '나쁜 기업'에 등을 돌리는 구매 트렌드를 보인다고 분석한다. 그는 소비자들의 바뀐 모습과 새로운 소비 경향을 보여주면서 기업의 대응전략도 알려준다. 공정무역으로 대기업 체인을 물리친 커피 업체,환경친화적인 생산 과정을 적극적으로 내세워 성공한 유제품 업체 등을 소개하면서 이윤을 남기는 좋은 방법은 구조조정이나 하청업체 압박이 아니라 성실함과 진정성을 담아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아울러 '고객을 열광하게 만드는 8가지 법칙'을 구체적인 성공사례와 함께 알려준다. '설득력 있는 명분을 제시하라-환경운동의 메신저가 된 스토니필드,모든 것을 경쟁자보다 많이 제공하라-대담한 가격정책을 펼친 집카,신뢰받는 유통경로를 확보하라-모든 거래 당사자를 만족시킨 멤버헬스,철저하게 단순화하라-24시간 잠들지 않는 콜센터의 기적 고대디,법보다 더 엄격한 정직을 추구하라-정직한 제품과 투명한 거래의 아이콘 어니스트티,스스로가 제품의 구매자가 돼라-경험에 공감을 더한 작은두손 프로덕션,고객의 놀이터를 마련하라-제품이 아닌 소통의 장을 판매한 빅그린에그,근본을 기억하라-스타일 그 이상을 창조한 퓨마.'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
◇컨슈머 키드(에드 메이오 외 지음,노승영 옮김,책보세,349쪽,1만5000원)=소비자 운동가 에드 메이오와 경영학자 애그니스 네언이 어린이에게 뻗친 소비주의의 마수(魔手)를 비판하면서 기업들에는 윤리적이고 적절한 경영,부모들에게는 자녀를 '현명한 소비자'로 키우는 교육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