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 소득 축소신고 '콕' 집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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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등 지출액과 비교…탈루혐의땐 세무조사·추징모텔과 음식점을 같이 운영하는 A씨는 최근 5년간 국세청에 종합소득액으로 4100만원을 신고했으나 해외여행 등으로 무려 3억1200만원을 사용하며 호화생활을 했다. A씨는 시가 31억원짜리 아파트에 살고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며 그동안 15차례나 해외여행을 갔다.
국세청, 내년 5월부터 시행
변호사 B씨는 최근 5년간 종합소득액을 3700만원으로 신고하는 데 그쳤지만 이 기간에 5억3600만원을 지출했다. B씨는 시가 15억원짜리 주택에 살면서 고급 승용차를 보유하고 있다. 자녀 2명을 미국에 유학 보내고 해외여행도 32차례나 다녀왔다. 국세청은 이처럼 신고 소득이 적은데도 지출이 과도하게 많은 탈루 혐의자를 쉽게 적발할 수 있는 '소득-지출 분석 시스템'을 개발해 내년 5월 종합소득세 확정신고 때부터 활용할 계획이라고 17일 발표했다. 이 시스템은 국세청이 보유한 과세 정보 자료를 체계적으로 통합 관리해 일정 기간 신고소득과 재산 증가,소비지출액을 비교 · 분석해 탈루 혐의 금액을 찾아낸다. 즉 '(재산증가액+소비지출액)-신고소득금액=탈루혐의금액'이라는 공식을 적용하는 전산 시스템이다. 가령 10억원 이상 탈루 혐의자가 얼마나 되는지 알고 싶다면 전산 시스템을 돌려서 금방 현황 자료를 받을 수 있다.
국세청은 그동안 신용카드 · 현금영수증 사용을 독려하고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세금 탈루를 방지해 왔지만,신고한 소득만으로 탈루 여부를 검증해야 되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국세청은 우선 고소득 자영업자와 전문직,현금 거래가 많은 음식 · 숙박업 등에 이 시스템을 적용하고 대상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 5월 종합소득세를 확정 신고할 때 탈루 혐의 금액이 많은 개인 사업자를 '숨은 세원 관리대상자'로 선정해 관리하기로 했다. 신고 소득에 재산 증가와 소비 지출 내역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해 세금 추징에 나설 방침이다. 기업주가 회사자금을 유용해 개인적으로 쓰거나 재산 늘리기에 사용하는 것을 막는 데도 이 시스템을 활용한다. 시스템을 보완 · 강화해 내년 4분기부터 기업주에 대해서도 본격 적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소득이 없는 성인이나 미성년자가 고액의 부동산을 구매했을 때 자금 출처를 파악하는 데도 사용한다. 근로장려금 환급대상자 관리와 고액 체납자의 숨겨진 재산 찾기에도 적극 활용키로 했다.
이종호 국세청 개인납세국장은 "이 시스템은 소득 누락이 쉬웠던 현금수입 업종 등 취약 업종의 탈루 심리를 차단하는 것은 물론이고 현금거래가 많아 소득 파악이 쉽지 않았던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국내의 지하경제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20%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