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 전무, 제일기획·제일모직 기획업무 겸임
입력
수정
"빈폴 해외진출·명품제휴 주도…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36)가 국내 최대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에서 경영 기획 업무를 겸임한다.
글로벌 패션감각 광고 접목 기대"
제일기획은 20일 이 전무를 기획담당 임원으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이 전무가 트렌드를 앞서 나가는 기획력으로 창조적 감성이 주도하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기업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전무는 지난 16일 실시된 삼성그룹 임원 인사에서 전무로 한 단계 승진했다. 제일모직 기획담당 전무직도 그대로 유지한다. 재계에선 삼성전자 COO(최고운영책임자)를 새로 맡은 이 전 회장의 장남 이재용 부사장과 호텔신라와 에버랜드 전략기획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장녀 이부진 전무에 이어 이서현 전무가 제일모직과 제일기획 업무를 함께 맡으면서 삼성가(家) 3세 경영인들의 보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제일기획은 이 전무를 영입한 배경에 대해 창의성과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각을 들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패션과 광고 모두 창의성을 바탕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크리에이티브 산업이기 때문에 이 전무가 패션 부문에서 쌓은 경영 노하우를 광고에서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미국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뒤 2002년 제일모직 디자인연구소에 부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세계적 명품 브랜드와 제휴를 성사시키고 빈폴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주도하는 등 글로벌 경영능력을 인정받아왔다. 또 예술과 결합시킨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국내외 패션업계의 시선을 끌어오기도 했다. 제일기획은 지난해 세계적 수준의 크리에이티브 회사인 영국 BMB에 이어 지난달 디지털 광고회사인 바바리안그룹을 인수하며 글로벌 광고회사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세계 유명 패션 디자인 컬렉션을 경험하고 세계적 명품 브랜드들을 직접 설득해 제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이 전무가 경험과 역량을 발휘해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릴 적임자라는 경영진의 판단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 전무의 영입으로 삼성그룹 내부 계열사들에 대한 제일기획의 영업력 강화라는 부수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 · 기아자동차그룹에선 정몽구 회장의 맏딸 정성이 고문이 광고 계열사인 이노션 경영을 챙기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