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준예산 편성되는 최악사태는 막아야

민주당의 '4대강 예산' 저지를 위한 국회 예결위 회의장 점거가 나흘을 넘기면서 새해 예산안 처리가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여야는 협상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서로간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 조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어제 기자회견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 및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의 3자 회동을 거듭 촉구하면서 4대강 예산 삭감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점거농성을 풀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자체적으로 예산 수정작업을 진행하면서 민주당과의 타협(妥協)에 끝내 실패할 경우, 계수소위 심사를 건너 뛰어 곧바로 전체회의를 열어 단독처리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다시 여야간 물리적 충돌이 예상되는 실정이고 보면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벌써부터 일각에선 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세계적으로 망신을 샀던 지난해 말의 국회 폭력사태 재연을 걱정하고 있다. 무엇보다 여야간 대치 정국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연내 예산안 처리가 무산되고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이 불가피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 경우 문제는 보통 심각해지는 게 아니다. 법률로 정한 제도 집행에 소요되는 경비지출을 제외한,민생경제 및 서민생활 안정에 필수적인 복지,일자리 창출 지원 등 모든 사업의 진행이 멈춰지고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도 중단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지난해 말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집행했던 회계연도 개시 전 예산배정이 올해는 사실상 불가능해짐으로써 각종 민생예산의 조기 집행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된 상태다. 이 같은 재정공백이 자칫 경기회복의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예산안이 하루빨리 처리되지 않을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과 중소기업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도대체 3조5000억원의 4대강 예산에 발목 잡혀 291조원의 내년 예산안이 심사조차 못들어 가고 있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여야 모두 준예산이 편성되는 최악의 사태만은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 지금 당장 예산안 처리부터 나서는 것이 급선무다.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