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정쩡한 '코펜하겐 기후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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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잔치끝 구속력없는 결과물'308시간의 마라톤 협상,A4 2장반짜리 누더기 협정.'지구 온난화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지난 7일부터 13일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제15차 당사국 총회의 허탈한 결과물이다. 세계 119개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이번 총회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기싸움으로 점철됐다. 이에 따라 결국 양측의 입장을 적당히 뒤섞은 구속력 없는 '코펜하겐 협정'이라는 어정쩡한 이름의 문서만이 남았다. 세부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해본다.
Q:협정서 앞에 적힌 '유의'는 어떤 뜻인가. A:'유의(留意 · Takes Note)'는 코펜하겐 협정이 이번 총회를 대표하는 효력을 갖지 못하는 대신 유엔 차원의 공식 문서로 남기 때문에 붙게 된 단어다. 이 협정서는 미국과 중국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개국의 주도로 만들어졌지만 UNFCCC 192개 전체 회원국의 승인을 받는 데는 실패했다.
Q: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A:총회 참가국들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2도 이내로 묶는다"는 장기적 목표에는 목소리를 같이했다. 하지만 선진국과 개도국 간 의견차가 좁혀지지 못하면서 양측의 주장이 함께 담겼다. 2010년 1월 말까지 선진국은 2020년까지의 감축 목표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고,개도국은 감축 계획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Q:선진국의 개도국 재정 지원 수준은.
A:선진국들은 2020년까지 매년 1000억달러의 기금을 조성하고,우선 2010~2012년까지 총 300억달러를 긴급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연간 2000억~3000억달러를 원하는 개도국 측 요구는 충족시키지 못했다.
Q:각국 감축 실천은 어떻게 감독하나. A:선진국은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는 제3의 감독기구를 통해 모니터링을 받는다. 개도국의 경우 2년마다 자체 보고서를 작성해 유엔에 제출하는 대신 감독을 받을 때 국가 주권의 존중을 보장받기로 했다.
Q:'포스트 교토의정서' 정식 협약 시한은.
A:원래 초안엔 내년 12월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열릴 제16차 UNFCCC 당사국 총회에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신규 협약을 내놓기로 한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최종 협정에서는 구속력 관련 문장은 모두 삭제됐다. Q:한국의 득실은.
A: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면서 의무감축국에 포함되지 않아 감축 관련 부담을 덜었다는 게 최대 소득이다. 또 개도국 중 처음으로 "2020년 배출전망치(BAU)대비 온실가스를 30%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총회에서 '개도국 감축활동 등록부' 도입을 제안하는 등 글로벌 그린 리더십에 동참해 국격을 높였다. 하지만 감축 목표 달성과 더불어 2013년 이후 개도국 지원금의 일부를 내야 하는 부담도 함께 안았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