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개 직업별 신체 장해 배상기준 만든다

대법원, '한국판 맥브라이드표' 2011년부터 적용
직업적 특성 반영해 노동력 상실 기준 세분화
1800여개 직업별로 신체 장해(障害) 배상기준표가 새로 마련된다. 이에 따라 손해배상 소송 때 신체 장해에 따라 계산하는 일실수입(노동력 상실로 잃은 수입)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대법원은 1930년대 미국에서 만들어진 장해평가표(맥브라이드표)가 현재 우리나라의 직업적 특성과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보고 선진국형 맥브라이드표를 작성 중인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대법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새로운 노동능력상실률 기준안을 마련한 뒤 1년간의 시범 적용을 거쳐 2011년부터 손해배상 재판 때 적용키로 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대법원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은 노동능력상실률 기준에 직업적 특성을 반영하는 '선진국형' 장해평가표를 마련하는 것이다. 교통 · 의료 사고 등으로 신체 장해를 입은 경우 일실수입을 공평하게 배상해 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직업적 특성이 고려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새로운 맥브라이드표는 우선 '직업계수'를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즉 일실수입 손실을 산정하는 데 있어 기존처럼 객관적 신체 장해 정도를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업적 특성에 따른 손해까지 감안해주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피아니스트가 손을 다쳐 장해를 입는다면 일반 노동자가 손에 장해를 입은 때보다 더 많은 일실 수입을 배상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대법원은 60여년 전 산업사회에서 육체노동 직업 중심으로 만들어진 기존의 맥브라이드표에 고도의 전문직을 포함한 현재 1800여개 직업의 특성을 반영토록 할 방침이다. 법원행정처 함윤식 민사정책심의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이미 2000여개의 직업 특성에 따른 장해평가표를 마련해두고 있다"며 "방향은 같지만 미국과 우리나라는 사회복지 수준이 달라 일실수입에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한국적 특성을 충분히 감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와 함께 정형외과 관련 장해에 치우쳐 있던 노동능력상실 기준표를 다른 신체부위 장해로도 확대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맥브라이드표에는 안과,성형외과 등 일부 신체 부위 장해가 빠져 있어 재판부는 관련 손해를 산정할 때 국가배상법에 나와있는 기준을 참조해 왔다.

대법원은 이를 위해 지난 10일 대한의학회로부터 노동능력상실률 기준인 새로운 맥브라이드표 초안을 제출받고 공동으로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법원은 그동안 장해에 따른 노동능력상실률을 새로 산정하기 위해 대한의회 소속 각 전공별 의사들과 의견을 교환해 왔으며 지난해 말에는 대한의학회에 정식 용역을 의뢰했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