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투자전략] 스팩·기업재무안정펀드·FX마진거래…新금융상품 뜬다

새해 달라지는 투자전략
개인들도 M&A 투자 가능…특정 종목에 '올인' 펀드도
내년엔 새로운 형태의 금융상품이 증권시장에 속속 등장할 예정이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특별 상장이 허용된 스팩(SPAC · 기업인수목적회사)과 특정종목에 집중투자할 수 있는 공모펀드인 '기업재무안정펀드'가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기관들이 주로 투자하는 방식을 개인투자자들에게도 열어준 상품이기 때문이다. 스팩은 내년 2월부터 공모가 시작되며 기업재무안정펀드는 4월부터 허용될 전망이다. ◆'스팩'시대 개막…개인들도 M&A 투자

스팩은 다수의 개인투자자들로부터 공개적으로 자금을 모아 3년 내에 장외 우량업체를 M&A하는 조건으로 특별 상장되는 페이퍼컴퍼니(서류회사)다. 개인들도 M&A에 간접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이미 증권사들은 이달부터 기관투자가들과 손잡고 내년 3월 스팩 상장을 위해 법인 설립에 나선 상태다. 현재 대우증권에 이어 동양종금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이 스팩 설립 등기를 마쳤다. 내년 2월로 예상되는 스팩 공모 방식은 기존 기업공개(IPO) 기업들과 같다.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거쳐 공모가격을 산정하고,기관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 청약을 실시한다. 공모가격은 통상 액면가보다 몇 배 높게 책정된다.

일반 IPO기업과 달리 스팩은 페이퍼컴퍼니이기 때문에 기존 기업공개와 달리 실적이나 영업활동이 없다는 점이 다르다. 3년 내에 장외 우량기업을 인수 후 합병한다는 조건으로 특례 상장되는 것이어서 거래소의 상장심사도 상대적으로 간소하다.

스팩은 증시에 특별상장을 허용해 주는 대신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모자금 중 운영자금을 제외하고 최소 90% 이상을 별도 예치토록 하는 의무규정이 있다. 만약 합병에 실패하더라도 투자자들은 이자를 감안하면 원금의 95%가량은 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예치 비율에 따라서는 원금 보장형 상품이 될 수도 있다. 일반적인 공모주 투자는 상장 첫날 공모가를 웃돌 가능성이 높아 수익을 단기에 올릴 수도 있지만,스팩은 장기투자를 전제로 해야 한다. M&A 성사가 임박할 때까지는 주가 변동이 크지 않고 거래가 적기 때문이다. 보통 스팩의 주가는 M&A가 임박할 때 기대심리를 반영해 상승하게 된다.

스팩의 주주들은 일반 상장사에 비해 많은 권한을 갖게 된다. 스팩 발기인들이 M&A 대상을 결정하더라도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승인을 얻어내지 못하면 합병이 무산된다. 합병 결정은 주총 참석주주의 3분의 2,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하는 '특별결의' 사항이기 때문에 주주들의 동의가 절대적이다. 이해당사자인 스팩 발기인들은 의결권이 없어 주주들이 스스로 이익을 판단해 합병 승인을 결정할 수 있다. 반대주주에게는 보유주식을 일정한 가격에 사달라고 스팩측에 요구할 수 있는 주식매수 청구권이 부여된다.

◆특정 종목에 베팅하는 공모펀드 등장기업재무안정펀드는 '10% 룰'(특정종목에 대한 투자를 펀드자산의 10%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고 특정 종목에 자산 전부를 '올인'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공모펀드다. 관련법안 입법절차를 거쳐 내년 4월부터 3년 동안 한시적으로 허용될 예정이다.

일반 공모펀드는 분산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한 종목에 대한 투자비중을 자산의 10% 이하로 제한하는 이른바 '10% 룰'을 따라야 하지만 기업재무안정펀드는 이 같은 제약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동일종목의 증권(주식 채권 등)에 10%를 초과해 투자할 수 있으며 극단적으로는 한 종목만으로 펀드를 운용할 수도 있다. 다만 투자자보호를 위해 10%를 초과해 투자할 경우엔 홈페이지 등을 통해 그 내역을 공시해야 한다.

기업재무안정펀드는 알짜 회사지만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시중 여유자금을 지원하고 시장기능을 강화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중소 · 중견기업이 신규 발행하는 주식이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회사채 등에 투자할 수 있게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중소 · 중견기업이란 그룹의 자산총액이 5조원을 웃돌아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회사를 제외한 기업들이다.

이 펀드는 투자금을 3년 동안 찾을 수 없는 폐쇄형으로 운용된다. 안정적인 투자자금 확보가 펀드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대신 투자자금의 환금성을 보장하기 위해 펀드를 증시에 상장하기 때문에 언제든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아울러 정부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이 펀드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내년엔 소액의 증거금(마진)으로 장외에서 외환에 투자할 수 있는 FX마진거래도 큰 관심을 끌 전망이다. 그동안 선물회사만 서비스해왔던 FX마진거래가 지난 11월부터 증권사를 통해서도 가능해져 증권사들이 속속 관련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FX마진거래는 지난 9월 감독당국의 위탁증거금 상향 등으로 지나친 레버리지로 인한 위험성도 다소 낮아졌다는 평가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