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Hi! CEO] 실속을 따져라 체면 보다 건강이다

연말 모임에서 신조어를 많이 듣게 된다. DDD족을 아시는지? '돈만 되면 다 한다'를 줄인 말이란다. 조금 체면을 살린 버전이 있다. DAA족이다. '돈 안 되면 안 한다'는 뜻이다. 어찌됐건 경영자의 책임은 돈을 버는 일인 모양이다.

회사를 생존(survival) 기반에 올려놓고 나아가 성공(success)해 세상을 변화(transform)시키기 위해 경영자는 돈을 벌어야 한다. 그 길에 체면이란 설 자리가 없을지 모른다. 경영자가 체면을 버려야 할 곳은 또 있다. 바로 건강이다. 경영진이 되는 중년의 경우는 대부분 이미 건강에 이상 신호를 느낀 터라 항상 신경을 쓴다. 날이 갈수록 '졸업'하는 게 늘어난다. 스키를 졸업하고,축구를 졸업하고,폭탄주를 졸업하고….점점 할 수 없는 일만 늘어난다. 체육대회에서 갑자기 쓰러진 사람의 소식을 들을 때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좋아하던 것도 다 끊어야 한다. 끊을 수 없는 것은 더 강한 것으로 끊어야 한다는 속설이 있다. 술은 담배가 끊고 담배는 연인이 끊고 연인은 마약이 끊고 마약은 도박이 끊는다고 한다. 요즘 마약이나 도박보다도 더 강력한 중독이 생겼는데,아시는지? 바로 내복이다.

자존심이 문제가 아니다. 한겨울에도 홑바지로 지낸 것이 자랑이던 시절은 이제 지났다. 최근에는 빨간 내복에 관심을 갖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색으로 병을 고친다는 색깔치유(color healing)가 유행하면서 전립선 등에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빨간색이 큰 도움이 된다는 얘기가 돌고 있어서다. 거기에다 청와대에서부터 실내온도를 낮추고 내복 입기 운동을 벌인다니 명분도 생겼다. 내복이 너무 다정하게 느껴진다 해도 부끄러워 말라.그런 체면을 버려야 돈도 벌고 건강해지고,하고 싶은 일도 아주 오래 할 수 있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