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들 이구동성 "프리샷 루틴이 승부 가른다"

스트레칭·이미지샷 등 다양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 2010시즌 개막전인 오리엔트 차이나 레이디스오픈 정상에 오른 유소연(19 · 하이마트)은 첫 홀 티잉그라운드에 오르면 연습 스윙부터 한다. 드라이버를 총 20번 휘두르는데 10번은 정상 궤도로,나머지 10번은 왼손잡이처럼 그립을 한 뒤 오른쪽으로 스윙한다. 동반자들과 날씨,컨디션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잠깐씩 손목과 발목을 돌린다. 그런 뒤 티를 꽂고 연습스윙을 한두 차례 한 후 볼 뒤에서 티샷을 보낼 지점을 확인하고 샷을 날린다.

18홀 티샷 중 긴장감이 극대화되는 홀이 첫 홀이다. 대부분의 아마추어들은 별다른 준비 없이 첫 티샷을 하는 반면,프로들은 자신만의 일관된 반복동작인 '프리샷 루틴'(pre-shot routine)에 따라 샷을 한다. 드라이빙레인지와 연습그린에서 충분히 워밍업을 한 뒤에도 티잉그라운드에 오르면 8~10분의 여유시간에 스트레칭과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마음을 다잡는다. 2009한일여자프로골프대항전에서 맹활약한 송보배(23)는 두 손을 앞으로 쭉 뻗어 클럽을 쥔 다음 허리 숙이는 동작을 즐겨 한다. 왼발을 들어 오른 무릎 쪽에 두고 왼 무릎을 손으로 눌러 무릎근육도 푼다. 스윙은 두세 번씩 수시로 해준다. 차례가 되면 티업하고,연습스윙을 두 번 한 뒤,목표지점을 정하고,어드레스에 들어가 샷을 날린다.

미LPGA투어 4년차인 유선영(23)은 클럽을 등 뒤에서 잡고 오른팔 및 왼팔을 움직여 팔과 어깨근육을 동시에 푼다. 드라이버를 짧게 잡고 이미지스윙을 연상하듯 하프스윙을 자주 한다. 지은희(23 · 휠라코리아)는 임팩트와 릴리스 느낌을 유지하기 위해 왼손으로만 클럽을 잡고 하프스윙을 반복한다. 미LPGA투어 상금왕 신지애(21 · 미래에셋)도 어깨와 발목 등을 돌리며 첫 홀의 긴장감을 누그러뜨린다. 차례가 되면 티업한 뒤 클럽헤드로 티 높이를 반드시 확인한다. 두 차례 스윙한 후,볼 뒤에서 목표를 확인하고 어드레스 자세를 잡는다.

그날의 첫 샷인 만큼 첫 홀에서 심리적인 안정을 꾀하는 프리샷 루틴의 주요 목적이다. KLPGA투어프로 조윤희(27)는 첫 홀 티잉그라운드에서 18홀 티샷을 머릿속으로 다 그려본다. '핀 위치도'를 받았기 때문에 '드라이버샷-?C번아이언샷' 등으로 홀 공략법을 정리하는 것이다. 조윤희는 "오래 전 한 선배가 18홀 공략을 미리 마음속으로 구상하는 것을 보고 배웠다"며 "첫 홀에서 큰 그림을 그려두면 마음이 안정되고 차분하게 라운드에 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 KPGA투어에서 2승을 거둔 박상현(26 · 앙드레김골프)은 티잉그라운드에서 티 · 볼 · 스코어카드 등을 챙긴 뒤 마음속으로 첫 홀 공략법을 떠올린다. 그는 몸이 충분히 풀리지 않은 만큼 첫 홀에선 욕심내지 않고 '파'를 노리는 전략을 고수한다.

내년 JLPGA투어카드를 받은 안선주(22 · 하이마트)는 동반자들과 말을 많이 하는 편.안선주는 "티잉그라운드에 오르면 손목 발목을 풀어주고 연습스윙도 하지만,긴장하지 않으려고 동반자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