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인플레·동貨 급락에 '통제경제' 회귀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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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기업까지 가격 통제 추진…경제위기로 강경세력 득세
인터넷 사이트·트위터 차단
23년 전 '도이모이(쇄신이란 뜻)'로 일컬어진 과감한 개혁 · 개방정책을 시작한 뒤 21세기 들어 동남아시아의 대표 신흥국으로 발돋움한 베트남이 자칫 그 명성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금융위기 이후 경제가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급락,무역적자 증가 등 3중고에 시달리며 침체에 빠진 가운데 베트남 정부는 사회안정을 명분으로 과거 사회주의 시절의 통제경제 정책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아시아판은 23일 베트남 정부가 생활필수품을 비롯해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직접적인 가격통제에 나설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정부는 현재 국영기업들에 한해 생산제품의 소비자가격 결정과정을 보고토록 하고 있는데 이를 민간업체 및 외국회사에까지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론 통제도 노골화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달부터 소셜네트워킹 사이트인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접근을 막았으며,정부 비방 혐의로 블로거들을 구금했다가 석방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엔 반정부 시위에 참가했다 체포된 시민 9명에게 중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베트남 경제는 성장률만 놓고 봤을 땐 그리 어두운 편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베트남의 올해 성장률이 4.6%,내년엔 5.3%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비록 지난해(6.2%)보단 크게 낮지만 플러스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얘기는 전혀 달라진다. 베트남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이 급감하면서 대규모 무역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외환보유액도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올 1~11월 베트남의 누적 무역적자는 총 104억1000만달러였다. 적자 규모는 전년 동기보다 약 40% 감소했지만 수출이 12% 줄어든 데 반해 수입은 18% 위축된 데 따른 것이어서 긍정적으로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베트남 외화 유입의 일등공신이었던 외국인 직접투자(FDI)마저도 올 들어 월평균 14억달러로 지난해(50억달러)보다 급감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230억달러였던 베트남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8월 말 현재 165억달러로 줄었다.
달러 유입 경로가 막히면서 베트남 내 달러 유동성은 크게 부족해졌고 동화 가치는 날로 추락하고 있다. 동화 가치는 공식 환율기준으론 연초 대비 약 2%대 하락한 상태다. 하지만 호찌민시 금은방을 중심으로 형성된 암시장에선 달러당 1만9800동까지 동화 가치가 추락하며 기준환율 대비 약 16% 떨어졌다. 결국 베트남중앙은행(SBV)은 지난달 26일부터 동화 기준환율을 달러당 1만7034동에서 1만7961동으로 5.4% 인상하고 환율변동폭은 기준환율 대비 ±5%에서 ±3%로 축소해 전격 평가절하를 단행했다.
인플레이션 악화도 심각하다. 지난해 8월 무려 26.8%에 달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8월 1.97%까지 내리는 데 성공했지만 지난 11월 다시 4.35%로 뛰었다. SBV는 물가상승 억제를 위해 연 7%였던 기준금리를 이달부터 연 8%로 1%포인트 올렸다. 베트남 증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10월 말 최고 620선까지 올랐던 호찌민 증시의 비나(VN)지수는 23일 470.75로 마감,9월 이후 약 16.3% 하락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