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아침]미 경기·주택시장 신중한 회복론이 대세

미국 주택시장이 지난 2년여 동안 30% 가량 빠진 만큼 어느 정도 바닥을 친 게 아닌가 하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회복 강도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편인데요.미국 경기에 대한 시각과 아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요즘 월가에서는 미국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습니다.하지만 회복 강도에 대한 논란은 여전합니다.
장기 침체 늪에 빠졌던 미 주택 시장은 다소 활기를 되찾는 모습입니다.11월 기존주택판매가 최근 2년 9개월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인데요. 주택 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매입을 늦추던 사람들 중 집을 사려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집값 하락세가 진정된 가운데,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낮은 만큼 주택 구입 적기로 여기는 실수요자들이 증가한데 따른 현상입니다.

물론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세제지원책 등도 주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11월 주택 중간 가격도 지난 6월 이후 처음으로 오름세를 보였습니다.그런데 11월 신규 주택판매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것은 여전히 주택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남아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업자가 여전히 증가하고 있고 금융사들이 모기지 대출 기준을 강화한 탓에 주택 시장이 본격적으로 회복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입니다.

전반적으로 미 주택 시장은 시장에 널려 있는 압류 물량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실업률이 하락세로 돌아설 때까지는 지극히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보입니다.

미 경기 기대감 확산…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되나. 올해는 미국의 초저금리와 달러 가치 약세 영향으로 미 달러를 빌려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이른바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활발했습니다.

이 자금은 개도국의 자산 시장을 끌어올리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는데요. 하지만 최근 미국 경제가 유럽,일본에 비해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가 확산되면서 내년에는 달러 트레이드 자금이 속속 청산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면 미 통화당국은 제로 수준의 금리를 올리는 등 통화 완화 정책을 거둬들이게 됩니다. 통화 당국이 출구전략을 쓰면 달러 가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데요. 내년에 이런 현상이 빚어질 것이란 기대 심리를 반영, 최근 달러 가치가 오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피 이코노믹스’ 추정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전세계 달러 트레이드 자금은 2500억∼5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로 경제가 취약한 상황에서 미국 통화당국이 금리를 올리면 달러가치는 내년에는 상승세를 보이고 달러 트레이드 자금은 청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미국의 재정 적자로 달러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타긴 어려울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세를 보일 지에 대한 의문도 없지 않고요. 불확실성이 큰 만큼 내년에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미 달러 움직임에 쏠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