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서울 최초 여성 구청장 "망설이는 순간 엑스트라가 된다"

최초는 짧고 최고는 길다|김영순 지음|위즈덤하우스|239쪽|1만2000원
'미실이 성골이 아니라서 못한 것이 아니다. 미실은 왕이 될 능력은 있으나 꿈을 꾸지 않아 그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오로지 꿈꾸는 자만이 방법을 찾아낸다. '

사극 '선덕여왕'에 나오는 덕만의 대사다. 여성 최초의 서울 구청장인 김영순 송파구청장이 《최초는 짧고 최고는 길다》에서 거듭 강조하는 것도 '꿈'이다. 그는 30년 동안 비정부기구(NGO)와 대학 · 정계 · 중앙부처 등의 리더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꿈꾸는 자만이 준비할 수 있고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며 '미래의 알파우먼'들에게 희망을 북돋운다. '최초''최연소''유일'이라는 타이틀을 많이 달아온 그는 '최초'보다 '최고','1호'보다는 '1인자','유일'보다는 '롱런'이 어렵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껴왔다고 고백한다. 그렇지만 그가 '롱런하는 1인자'가 될 수 있었던 건 최고를 향한 꿈과 열정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꿈을 세운 다음에는 소걸음 법칙으로 목표를 달성하라"고 말한다. 무슨 일이든 요령보다는 뚝심,잔재주보다는 성실함으로 승부하라는 것.또 지나친 신중함으로 때를 놓치지 말며 '두말 말고 두 잇(Do it)'하는 자세로 추진력에 불을 붙이라고 조언한다.

"30년 넘게 사회생활을 해오면서 많은 사람이 '되는 이유'보다 '안 되는 이유'를 찾아내는 데 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실 안 되는 이유를 드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중요한 것은 '그냥 안 되는' 이유를 찾는 게 아니라 '그럼으로써 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안 되는 이유를 분석함으로써 되는 이유를 찾고,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집중하여 매달리는 태도가 필요하다. '진짜 신중함'과 뒤로 물러설 근거를 찾는 '가짜 신중함'은 하늘과 땅,명품과 짝퉁만큼이나 다르다. "그는 특히 "여자라서 망설이거나 포기해 버리는 순간 주인공이 아닌 엑스트라로 밀려난다"면서 '여자 동료'가 아닌 '동료','여직원'이 아닌 '직원'으로 승부하기 위해 경험과 역량을 키우도록 '두 배 더 과감히,두 배 더 용감하게' 일하라고 역설한다. 요즘 유행하는 노래 가사의 '10점 만점에 10점'이 아니라 100점을 따겠다는 자세를 가지면 어느 순간 20점,50점으로 급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또 "수다에도 전략이 필요하다"고 귀띔한다. 생산적인 수다를 만들려면 세상과 일을 향한 관심의 더듬이,즉 열정의 안테나를 100% 가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될성부른 소재를 적절히 던지고 무한한 상상이 펼쳐지도록 판을 펼쳐 거기에서 쏟아져 나온 생각들을 구체적으로 다듬어내는 일.이것이 바로 그가 말하는 '전략적 수다로 브레인스토밍하는 힘'이다.

이 밖에 '리더(reader)에서 리더(leader) 난다,우선 달래고 그 다음에 이끌어라,꾸준함이 머리좋음을 이긴다' 등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내세운 성공 노하우도 솔깃하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