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의 고통 덜어주는 '용서의 메시지' 담았어요"

영화 '용서는 없다' 주연 한혜진씨 "농밀한 표현 어려웠죠"
영화 '용서는 없다' 촬영 현장은 배우 한혜진(사진)에게 낯선 풍경이었다. 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 '주몽' '떼루아' 등 그가 나갔던 '일터'가 속전속결로 일을 진행하던 것과 달리 영화 촬영장은 감독,배우할 것 없이 옹기종기 모여 토론하는 공동 작업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는 "영화는 좀 더 농밀한 맛이 있는 것 같다"며 "단지 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작품을 만들어 가는 즐거움이 있다"고 말했다.

'용서는 없다'는 새만금 공사 현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스릴러 영화다. 토막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시체 부검의 강민호(설경구)와 형사 민서영(한혜진)이 긴박한 수사 끝에 지역 환경운동가 이성호(류승범)를 용의자로 지목한다. 이성호는 쉽게 범행 사실을 자백하지만 강민호의 딸을 볼모로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한혜진은 이번 작품을 영화 데뷔작이라고 말한다. 5년 전 영화 '달마야 서울 가자'에 출연했지만 분량이 적었고 경험도 부족했던 탓에 그는 '신인 영화배우'라는 마음가짐으로 이 영화에 임했다. 드라마에서는 베테랑 배우지만 영화 촬영은 쉽지 않았을 터.그는 "드라마는 대사의 힘이 큰 매체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대사 전달에 집중해야 하지만 영화는 작은 몸짓,눈빛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며 "매 순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드라마가 보통 16회 이상 진행하면서 캐릭터의 이미지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과 달리 영화는 2시간 내외의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관객을 설득해야 하는 점도 쉽지 않았다. 그는 "카메라 위치를 바꾸거나 상대 배역이 혼자 연기하는 중에도 그 장면에 필요한 감정을 계속 유지하다 연기해야 하는 것이 곤혹스러웠다"며 "어떤 장면은 너무 욕심을 내 '오버'하는 연기가 나와 지금이라도 재촬영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웃었다. 특히 살인범 이성호와 처음으로 만나는 장면에서 '초짜' 형사지만 아닌 척해야 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제일 아쉽다고 말했다.

충무로의 대표적 연기파 배우인 설경구,류승범과의 첫 호흡은 촬영 전에는 걱정이 많았지만 '기우'에 그쳤다. 그는 "감독님한테 '두 선배와 같이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된다'고 했더니 감독님도 '나도 그래'라며 걱정을 덜어줬다"며 "촬영장에서 두 선배 모두 저를 자상하게 대해 주었고 연기 조언도 해 주시곤 했다"고 말했다. 사실 이 작품의 원래 제목은 '단서'였다. 영화가 만들어지면서 극의 메시지에 맞춰 '용서는 없다'로 바뀌었다. 그는 "이번 작품은 용서에 관한 이야기"라며 "저도 저에 대한 악플을 보면 화도 나고,누구나 증오하고 용서하지 못하는 대상이 있지만 결국 용서하지 못하면 자신이 더 괴로워진다"고 털어놨다.

내년이면 서른이 되는 그는 "나이를 먹는 것이 두렵지는 않다"며 "앞으로 30~40대만이 할 수 있는 농밀한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김주완/사진=강은구 기자 kjwan@hankyung.com